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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아마도 내가 먼저 마음에 들었거나 상대방이 그런 매력을 먼저 지녔거나의 둘 중 하나에서 출발하여 둘 사이에 서게 되는 것) «TOWED COLLECTION 2021»(2021.4.9-4.25, Gallery TOWED)  콘노 유키

취향은 어떻게 가시화될까. 취향은 (넓은 의미의) 장식을 통해서 외부에 가시화된다. 패션, 인테리어, 말투 등 취향이 외부에 드러나는 일은 SNS 계정의 소개글에 붙은 해시태그에 국한되지 않으며, 이는 미술 작품을 소유하는 일에도 해당된다. 미술의 경우, 취향은 어떤 권위가 되기도 한다. “누구누구 컬렉션 [1]”, “누구누구도 사랑한[2]” 식으로 향유되는 미술 작품은 그 ‘누구누구’가 보증하는 좋은 취향으로 선보여진다. 미술 작품은 취향의 공개를 통해 다루어지고 전시장은 일종의 인증 기관처럼 그것에 가치를 부여한다. 전시의 형태를 통해서 취향은 이제 자신이 숨겨둔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공간으로, 소소한 감성을 모두가 인정하는 확고한 좋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담론에 ‘크게’ 이바지하는 것이 되어 외부로 출현하며 우리에게 더 많은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기대는 늘 외부를 지향한다. 더 나은 미래, 더 많은 사람, 더 좋은 환경은 지금 이곳에 부재하기에 우리가 열망하고 간청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때 취향은 애초의 내밀한 관계에서 미끄러지게 된다. 취향은 효과를 외부를 향해 겨냥할 일보다 먼저 내밀한 차원에서 시작된다. 내가 좋아하거나 내 마음에 드는 대상은 곧 나만 간직하는 어떤 것이다. 취향은 굳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도 된다. 취향은 그 자체로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특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두 구분을 보류한다. 보는 사람에게 그 대상이 먼저 ‘와’ ‘닿는’ 것이면서, 내가 좋아한다는 판단 기준을 내리는 관계에서, 취향은 내가 부여하는 것이자 동시에 대상에 원래 내재하는/내재해 있던 것이다.


unnamed2021年10月26日

(전경 사진, 제공: gallery TOWED)


일본 도쿄, 스미다구에 위치한 갤러리 토우드(gallery TOWED)에서 전시 «TOWED COLLECTION 2021»이 열렸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 전시는 특히나 취향의 내적 출발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전시장에서 관객은 갤러리 운영자인 작가 세 명과 다른 작가로 구성된 컬렉터 6명[3]이 소유하는 ‘소중한 물건’을 볼 수 있다. 갤러리 토우드는 젊은 작가 세 명(우치다 유리카, 후나토 아츠시, 츠나다 코헤이)이 운영하는 갤러리이며[4] 개관 이후 지금까지 미술을 더욱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과 이벤트를 시도해 왔다[5]. 이번 전시는 이러한 갤러리 운영 취지의 연장선상에서 컬렉션을 보고 수집을 즐기는 일에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6].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컬렉션, 곧 취향의 모음은 6인의 컬렉터 중 누군가의 감식안에 포착된 것이지만 정작 컬렉터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우리는 전시되어 있는 물건들이 누구의 컬렉션인지 (전시장의 캡션이나 설명을 통해서)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컬렉션에 대한 컬렉터의 일화도 찾아볼 수 없다. 소개된 물건의 구별 또한 그렇다. 전시장에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미술가의 작품 뿐만 아니라 미술・미술사와 거리가 있는 물건(여행지에서 구매한 작자 미상의 접시, 중고 숍에서 구입한 도로 표지판 등)이 구별 없이 전시된다. 게다가 이들 사이에는 컬렉터인 미술가 본인의 작품도 한 점 씩 섞여 있다. 작품의 소유자, 작품을 보관하던 곳, 작품 또는 작품 구매의 일화, 출품작의 구별까지 물러선―이는 처음부터 부재하거나 누군가가 아예 소멸시킨 것과 다르다―컬렉션은 보는 사람에게 무엇이 (내가 보기에 좋은) 취향인지 사유하도록 한다. 정체를 밝히지 않고 뒤로 물러선, 하지만 분명한 취향을 머금은 작품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와 닿는 경험에서 출발하여, 나와 그 대상 사이에 취향을 일어서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취향은 보는 사람의 내적 감성과 대상의 외적 특성 사이에서 결탁하여[7]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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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gallery TOWED)


이 생기하는 지점을 전시는 (정보들이 물러선 상태로)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취향의 가시화는 전시의 형태로 보여주는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내적인 관계 맺음 자체가 취향의 가시화이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인 어떤 물건을 내가 좋거나 마음에 드는 것으로 받아들일 때, 나와 물건은 비-출현의 단계에서 은밀히 관계 맺는다. 이를 취향의 내적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외부ー나와 남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담론이건 마케팅이건ー에 기대하거나 호소하는 일 없이, 내적 동력은 비-출현에 근거하여 나와 물건 사이에서 활성화할 때 비로소 취향을 일어서도록 한다. 전시 «TOWED COLLECTION 2021»은 나(보는 사람, 소유자)와 물건 사이에 이 내적 동력이 잠재된 상태를 통해 (전시를) 보는 사람에게 취향의 출발점을 제시한다. 이 출발점은 그야말로 보이지 않지만, 나와 물건 사이에 맺은 신의의 결과이다.


[1] 「이건희 미술관 서울에 짓는다」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1/07/657871/ 지역 격차, 기증 절차, 지역 주민 의견, 박물관과 미술관의 융합을 둘러싼 문제 외에,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수집 철학”이라는 말이다. 기자의 말에 따르면 그의 뮤지엄(미술관과 박물관을 아우른)을 통해서 “수집 철학”이 드러난다고 한다지만, 수집하기와 수집한 것들을 보여주기의 차원을 한데 섞여버린 듯하다.

[2] 2015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마크 로스코 전» 포스터에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화가 마크 로스코”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하긴 “추상표현주의의 거장”이라고 쓰여 있는 포스터 보다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3] 뒤에 언급하는 갤러리 운영자 외에 TYM344, 미야시타 나츠코, 무라마츠 유키의 컬렉션이 같이 선보여졌다.

[4]  운영 멤버는 초기부터 약간의 변화가 있어, 세 명 중 츠나다는 2020년부터 참여하게 되었다.

[5]  한 작가의 개인전을 열기도 하지만, 이번 컬렉션 전시처럼 미술과 미술 아닌 것의 구별을 넘어 더 넓게 작품을 선보이는 시도를 해왔다. 예를 들어 전시 카와이 히로시, 하야시 하나코 이인전 «조와아카구리»(2018.9.14-10.7)와 단체전 «야생의 사고»(2019.5.3-5.26)는 미술과 생활/삶의 관계에서 제작과 도구에 초점을 맞춰 기획되었다. 그 외 전시 공간에서 괴담을 이야기하는 이벤트, 돌봄 워크샵도 연 바 있다.

[6]  전시 소개글 참고. https://gallery-towed.com/2021-04-01

[7]  좋게 말하면 ‘결속’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내밀한, 그러니까 내적으로 비밀인 차원이라는 뜻을 한층 더 강조하고자 ‘결탁’이라는 말을 썼다.

메인 이미지 : 정면에서 본 gallery TOWED
(사진 제공: gallery TOWED)


콘노 유키
한국과 일본에서 전시를 보고 글을 쓰는 사람. 2018년 «애프터 10.12»(시청각), 2019년 «신생공간 전: 2010년 이후의 새로운 한국 미술»(카오스*라운지 고탄다 아뜰리에, 도쿄), «한국에서의 8명»(파프룸갤러리, 사가미하라), 2021년 박지혜 개인전 «Lepidoptera» 등 공동 기획자로 참여하였다.

교정: 유정민
서울에서 크고 작은 사물을 만들며 살고 있다. 2021년 «언제나 나는 여기서 웃고 있어»(에브리아트, 서울) 외 2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2021년 «三Q»(三Q, 서울), «한국에서의 8명»(파프룸갤러리, 도쿄)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쇼룸 형식의 공간 ‘三Q’를 동료 작가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三Q:@3q2021(Twitter)/@3q_3q_3q(Instagram)


일본어 번역은 여기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note.com/misonikomi_oden/n/n2585dfb0cf15


리뷰와 리포트 제29호(2021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