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의 기자 재환(박해일)과 영일(이민호), 경찰 철구(유해진)가 술집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허진호 감독의 신작 <암살자(들)>이 정치권의 ‘역사왜곡’ 논란 속에서도 누적 관객 150만명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 영화 신작이 다수 개봉해 경쟁을 벌였던 추석 극장가의 승자는 <암살자(들)>이었다.
28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추석 연휴(24일~27일) 내내 1위를 지켰다. 나흘간 140만 명을 동원하며 전날까지 누적 관객 수 156만6215명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매출액 점유율 40.6%로 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71만 명·21.1%)의 점유율을 두 배 가까이 앞섰다. 두 영화는 연휴 직전인 지난 23일 동시 개봉했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박정희 대통령 암살 미수 및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이 소재다. 암살범의 배후를 추적하는 경찰(유해진)과 기자(박해일·이민호)의 시선에서 진실을 은폐하는 독재 정권의 모습을 그린다. 현대사의 순간을 상상으로 재구성한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높은 선호도를 <암살자(들)>의 약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등 정치권 일각에서 영화가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영화는 ‘암살범이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출신으로 북한 공작지도원으로부터 저격 지령을 받았다’는 당시 특별수사본부의 발표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전개된다. 국민의힘은 육영수 여사 피살사건의 배후에 중앙정보부가 연관이 있을 것처럼 암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논란이 커지자 암살자들 제작진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 바라봐달라”고 당부했다.
제작진은 “영화 어디에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다”며 국민의힘 주장에 반박했다. 이어 “공개된 기록과 자료, 서적, 다큐멘터리 등을 폭넓게 조사하고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하되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해 이야기를 완성했다”며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영화 개봉 전 인터뷰에서 “(육 여사 피살 사건은) 의문점이 있는 사건이 맞지만, 결론을 내리는 건 감독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 시기에 은폐가 있었고, 사건에 관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거대한 폭력이 있던 시대 분위기와 그 안의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암살자(들)>이 논란 속에서 흥행세를 유지할지 주목된다.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에서는 <오디세이>(45만명)가 3위로 여전한 인기를 보였고, 한국 리메이크 영화 <인턴>(26만명)이 4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영화로 일부 극장에서 상영된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9만3000명), 미국 공포영화 <옵세션>(8만9000명)과 재개봉작 <어벤져스: 엔드게임 앙코르>(8만6000명)가 5·6·7위를 차지했다.
다음달 개천절(3일)과 대체공휴일(5일)에는 영화 순위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는 30일 구교환 주연 영화 <부활남>과 일본에서 1000만 관객을 넘긴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등이 개봉한다. 개천절 당일에는 배우 톰 크루즈가 괴팍한 노인으로 등장하는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 <디거>가 관객을 찾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