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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물건 또 샀네”…웃어넘기면 큰일 나는 ‘이 병’ 초기 증상 [Health&]
9월 21일은 치매 극복의 날 뇌 영양제만 찾다 진단 시점 놓쳐 신경세포 손상 쌓인 뒤 회복 어려워 단편영화 ‘영식스티’에서 주인공 영식의 인지 기능 저하를 보여주는 장면들. 영식은 익숙한 길을 찾지 못한다. 드론과 인공지능(AI)이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2056년 서울. 60대 영식은 남모를 고민을 안고 산다. 이미 산 물건을 다시 주문하고, 집에 차를 두고도 주차장을 헤맨다. 치매 극복의 날(9월 21일)을 맞아 지난 16일 공개된 단편영화 ‘영식스티’의 장면들이다. 대한치매학회 참여로 제작한 영화에서는 첨단 과학으로도 풀지 못한 치매를 30년 뒤의 일상에 담았다. 건강한 사람도 물건을 깜박하거나 시간·약속을 혼동한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이면 실수도 잦아진다. 영화 속 영식에게서 눈여겨볼 대목은 반복성이다. 같은 물건을 또 사고, 익숙한 일에서 연달아 착오를 일으킨다. 영식은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치매는 기억력과 언어·판단력 등 여러 인지 기능이 점차 떨어져 독립적인 일상을 해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본인만 기억력 저하를 느끼고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잡히지 않는다. 이를 ‘주관적 인지저하’라고 한다. 객관적인 검사에서 같은 연령대보다 인지 기능이 떨어졌지만, 기본적인 일상을 유지하는 상태는 ‘경도인지장애’로 분류한다. 영화 초반 영식의 물건 분실과 시간 혼동이 주된 증상이다. 영식은 이미 가지고 있는 음반을 다시 구매한다. 주관적 인지저하와 경도인지장애의 경과는 제각각이다. 오랫동안 같은 상태에 머물거나 정상 범위로 회복하는 사람도 있고 치매로 진행하는 사람도 있다. 영화 중반을 지나면 변화의 강도가 달라진다. 영식은 자녀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다. 아내가 당뇨병 치료를 위해 늘 맞던 인슐린 주사도 생소하게 여긴다. 익숙한 사람과 물건에 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모습은 초기 치매의 양상이다. 영식은 음식의 간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치매를 기억력과 주의력 저하로만 여기기 쉬운데 이처럼 후각 변화도 동반한다. 냄새를 담당하는 뇌 부위와 감각처리 신경을 연결하는 신경섬유가 손상되면 음식의 향과 맛이 예전과 달라져 간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우울증과 수면장애, 갑상선 기능 이상, 비타민B12 결핍, 음주와 일부 복용 약물도 인지 기능을 떨어뜨린다. . 조기 발견시 교정 가능한 요인 찾아 치료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거나 장기간 이어지면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조기에 상태를 파악하면 교정 가능한 요인을 찾아내고 생활 관리와 의학적 치료를 제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환자와 가족에게 변화가 시작된 시점과 생활 양상을 묻고 인지기능검사와 신경학적 진찰을 진행한다. 혈액검사로 갑상선 기능과 비타민 결핍 등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뇌 MRI·CT와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활용한다. 인지 기능 저하의 원인과 현재 단계를 파악해 생활 관리와 치료 방향을 정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변화 중 하나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비정상적으로 뭉쳐 뇌에 쌓이는 것이다. 원래 뇌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지만 작은 덩어리가 점차 커져 플라크를 이루고, 타우 단백질 이상까지 겹치면 신경세포가 손상돼 뇌가 위축된다. 신경세포 손상이 쌓인 뒤에는 회복이 어렵다. 치매 전 단계부터 위험 요인을 관리하고, 진단 결과에 맞춰 치료에 들어가는 조기 개입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의학저널 랜싯이 2024년 발표한 치매위원회 보고서는 ^청력 저하 ^높은 LDL 콜레스테롤 ^고혈압 ^당뇨병 ^흡연 ^과음 ^운동 부족 ^사회적 고립 등 14개 위험 요인을 제시했다. 이를 관리하면 치매 사례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발병 시기를 늦출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핀란드의 FINGER 연구에는 치매 위험이 높은 60~77세 성인 1260명이 참여했다. 식사 개선과 운동, 인지 훈련, 혈관 위험 인자 관리를 2년 동안 함께 적용한 집단은 일반적인 건강 조언만 받은 집단보다 전반적인 인지 기능 변화가 양호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영식은 아내와 함께 병원 방문을 결심한다. 현실에서는 기억력 저하를 느낀 뒤 진료보다 이른바 ‘뇌 영양제’를 찾는 사람이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포스파티딜세린 건강기능식품 판매액은 2021년 60억원에서 2025년 508억원으로 4년 만에 8배 이상 증가했다.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은 쓰임이 다르다. 포스파티딜세린은 ‘노화로 인해 저하된 인지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다. 치매나 경도인지장애의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된 의약품과는 구분된다. 은행잎추출물도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용량과 쓰임이 다르다. 건강기능식품의 하루 섭취량은 최대 150㎎이지만 의약품은 240㎎까지 처방된다. 주요 임상 연구에서는 표준화 은행잎추출물을 200~240㎎ 사용했다. 아시아 전문가 그룹(ASCEND)도 표준화 은행잎추출물 200㎎ 이상을 경도인지장애 관리의 치료 선택지로 제시했다. 은행잎 건기식·의약품, 용량·쓰임 달라 최근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 양영순 교수팀이 아밀로이드 양성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적용된 용량은 240㎎이다. 품질관리 기준에도 차이가 있다. 은행잎추출물 의약품은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따라 플라보노이드와 테르펜락톤 등의 함량을 관리한다. 건강기능식품도 식품 기준에 따라 기능 성분과 유해 성분을 관리하지만, 의약품과 같은 규격이나 허가 절차를 적용받지는 않는다. 양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영양 성분을 보충하는 성격의 제품”이라며 “자가 진단과 영양제 섭취에 의존하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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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수술=나사 고정?’ 눌린 신경만 풀어도 걷는 힘 되찾아 [Health&]
신경 통로 넓혀 압박 푸는 감압술 척추관협착증 신경 압박때 보행 장애 불안정성 크면 이후 척추 고정 검토 걷는 거리 줄면 수술 미루지 말아야 새길병원 이대영 병원장은 “척추관협착증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면 1차 수술은 감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척추 안에서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지는 척추관협착증은 서서히 진행한다. 걷는 거리가 줄고 보폭이 좁아지며, 어느새 허리를 숙이고 걷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런데 수술 얘기가 나오면 일단 미루고 보는 환자가 많다. ‘척추 수술=나사 고정’이라는 부담 때문이다. 협착증 수술에는 척추 마디를 고정하는 유합술만 있는 게 아니다. 좁아진 신경 통로를 넓혀 압박을 풀어주는 감압술도 있다. 새길병원 이대영 병원장은 “약물이나 주사 등 보존적 치료를 충분히 했는데도 보행이 계속 나빠지면 유합술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감압술을 1차 수술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존적 치료와 유합술 사이에 신경 압박만 풀어주는 감압술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다. 감압술과 유합술의 차이는 ▶신경 압박만 풀어주느냐 ▶척추 마디까지 고정하느냐에 있다. 유합술은 감압한 뒤에도 척추 마디의 불안정성이나 변형을 함께 해결해야 할 때 나사 등으로 해당 부위를 고정한다. 이 병원장은 “감압으로 신경 압박을 먼저 풀고, 이후에도 문제가 남거나 척추 불안정성이 크다면 유합술을 고려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감압술 먼저, 유합술은 필요한 경우에 국내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보면 유합술에는 별도 적응증이 있다. 약물·주사 등으로 치료해도 증상이 낫지 않고 영상에서 신경 압박이 확인된 환자 중 척추 불안정성·변형이 뚜렷한 경우다. 또 감압 과정에서 관절을 많이 제거해야 하는 경우 등에 유합술 급여를 인정한다. 이대영 병원장은 이 기준을 감압술과 유합술을 구분하는 근거로 들었다. 협착증이라는 진단명만으로 유합술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신경 압박만 풀어도 될 환자면 감압을 먼저 하고, 고정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유합술을 적용하는 순서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척추 마디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변형이 크고, 충분히 신경 압박을 풀어주려면 관절을 많이 제거해야 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유합술이 필요할 수 있다. . 특히 판단이 까다로운 경우는 척추전방전위증이다. 위쪽 척추뼈가 아래쪽보다 앞으로 밀려 있는 상태다. 영상에서 ‘뼈가 어긋났다’는 설명을 들으면 척추가 불안정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방전위가 보인다고 모두 유합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밀린 정도와 함께 허리를 굽혔다 펼 때 해당 마디가 실제 얼마나 움직이는지, 척추 변형이 있는지를 함께 살핀다. 통증과 보행 장애의 원인이 신경 압박인지 불안정성 때문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게 이 병원장의 설명이다. 2021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발표된 노르웨이 연구(NORDSTEN-DS)는 전방전위가 3㎜ 이상 있는 협착증 환자에게서 감압 단독과 유합을 비교했다. 허리 기능 장애가 30% 이상 좋아진 비율은 감압군 71.4%, 유합군 72.9%로 비슷했다. 감압 단독 치료가 유합술에 뒤지지 않았다. 다만 재수술률은 감압군(12.5%)이 유합군(9.1%)보다 다소 높았다. 연구서 감압술·유합술 보행 개선 효과 비슷 새길병원에서 치료받은 70대 남성 A씨는 전방전위가 있었지만 유합술 대신 감압술을 먼저 받은 사례다. 그는 협착증이 진행하면서 목발 없이 100m 정도 걷는 것도 버거운 상태였다. 영상검사에서는 요추전방전위와 신경 압박이 함께 확인됐다. 척추뼈가 앞으로 밀려 있었지만, 의료진은 보행 장애와 통증이 주로 신경 압박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나사못으로 척추를 고정하지 않고 감압술만 시행했다. A씨는 2023년 8월 수술받은 뒤 3년 넘게 추가 유합술 없이 지내고 있다. 일상생활과 보행에도 큰 지장이 없다. 이 병원장은 “뼈가 밀린 것 자체가 통증을 만드는지, 협착으로 눌린 신경 때문에 증상이 생기는지 나눠서 봐야 한다”며 “감압만으로 해결할 여지가 있다면 먼저 신경 압박을 풀고 경과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술 부담 때문에 통증을 버티는 환자는 감압술이 가능한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게 좋다. 이 원장은 “걷는 거리가 줄고 다리 저림이나 힘 빠짐이 심해지는 데도 수술이 걱정돼 치료를 미룬다”며 “유합술을 해야 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감압술로 신경 압박을 풀어 해결되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감압술도 수술 방식에 따라 뼈와 관절을 건드리는 범위가 다르다. 후궁이나 후관절 일부를 제거해 신경에 접근하는 방법이 있는 반면 뼈와 관절을 최대한 남기면서 신경 압박 부위에 접근하는 방식도 있다. 제거 범위가 커지면 척추를 지지하는 구조가 약해져 유합술까지 필요해진다. 심평원도 후관절을 광범위하게 제거해야 하는 경우를 유합술 급여 인정 사유로 두고 있다. 한편 새길병원 의료진은 양방향 척추 내시경을 이용해 뼈와 관절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신경 압박을 푸는 술기(NLBD와 NFFD)를 개발, 2024년과 2025년 척추 분야 국제학술지(Asian Spine Journal)에 발표했다. 중심 척추관 협착과 추간공 협착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한다. 이 병원장은 “신경 압박은 충분히 풀고 척추를 지지하는 구조는 최대한 남기는 게 목표”라며 “어떤 환자에게 고정이 필요한지부터 정확히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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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환자마다 다른 암…‘개인 맞춤형 정밀 암 치료’ 시대 연다
고려대 구로병원 새 암병원 건립 2029년 말 완공 목표로 첫 삽 떠 검사·진료·치료 공간 한곳에 집약 중환자실 25병상·수술실 7개 늘려 고려대 구로병원이 새 암병원 건립에 착수하며 중증·필수의료와 정밀 암 치료 역량 강화에 나섰다. 사진은 새 암병원이 들어설 구로병원의 조감도. 암 치료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같은 암이라도 병기와 유전적 특성, 치료 반응에 따라 수술·항암·방사선 치료의 순서와 조합이 달라진다. 결국 치료 성패는 환자 한 사람의 암을 얼마나 정밀하게 분석하고 맞춤 전략을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 환자마다 최적의 해법을 찾는 ‘개인 맞춤형 정밀 암 치료’가 중요해진 배경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새 암병원 건립을 계기로 암 진료 체계의 대대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2029년 말 완공을 목표로 새 암병원의 첫 삽을 떴다. 연면적 약 3만458㎡(9214평), 지하 9층·지상 6층 규모다. 이번 새 암병원 건립은 1983년 의료 취약지역에서 출발해 중증·필수의료를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온 구로병원의 다음 도약을 이끌 핵심 사업이다. 구로병원은 2019년부터 중증 질환 치료 중심으로 병원 구조를 재편하는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추진해 왔다. 1단계로 2022년 9월 미래관을 완공해 10개 진료과를 이전·확장했다. 심혈관센터를 기존의 두 배 규모로 키우고, 췌장담도센터와 정밀유전체임상의학센터도 신설했다. 새 암병원 건립은 마스터플랜의 2단계다. 민병욱 고려대 구로병원장은 “새 암병원은 암 치료와 중증·필수의료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구로병원의 새로운 진료 체계를 완성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단부터 수술까지 환자 동선 최적화 새 암병원은 단순히 진료 공간을 넓히는 데 머물지 않는다. 중증·응급 환자를 위한 핵심 인프라와 암종별 특성화센터를 한데 묶어 진료 체계를 환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이다. 암을 진단받은 순간부터 치료와 이후 관리까지 환자의 치료 여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중환자실 25병상과 수술실 7개를 추가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도 현재보다 약 두 배로 확장한다. 암 치료뿐 아니라 고위험·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를 맡는 상급종합병원의 역할까지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환자가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는 ‘진료 동선’이다. 암 치료 과정에서는 환자가 여러 진료과와 검사실을 오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제한된 공간에 시설이 분산돼 있어 환자의 이동 부담이 적지 않다. 이런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 암병원에서는 검사·진료·치료 시설을 한곳에 집중 배치한다. 환자가 병원 구조에 맞춰 움직이는 대신 필요한 의료진과 검사·치료가 환자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특히 유방암센터와 갑상선암센터, 소화기내시경센터, 호흡기센터, 항암치료실 등 암종별 특성화센터를 확대해 환자의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그만큼 치료 속도도 빨라진다. 구로병원은 검사부터 진단, 수술·항암·방사선 치료까지 원스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진료 동선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새 암병원이 완공되고 수술실과 검사 인프라가 늘어나면 진단부터 치료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민 병원장은 “현재와 비교하면 환자의 병원 내 진료 동선이 최소 60%가량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관련 인프라가 확충되면 암 환자의 70~80%는 2주 안에 진단과 치료 결정, 수술까지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암병원이 지향하는 중심축은 ‘환자 맞춤형 정밀 암 치료’다. 같은 암종이라도 치료에 대한 반응은 환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환자의 암종과 병기뿐 아니라 유전적 특성, 면역 상태,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 민 병원장은 “의학이 발전할수록 똑같은 암은 하나도 없다고 봐야 한다”며 “어떤 환자에게는 수술이 효과적이지만 다른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수술이 될 수 있다. 유전체 분석을 포함한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그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찾는 것이 정밀치료”라고 말했다. 다학제·유전체 기반 맞춤 치료 고도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다학제 시스템이다. 구로병원은 2009년 개념조차 생소했던 다학제 진료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곳이다. 다학제 진료는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논의·결정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구로병원은 유방암·폐암·대장암·식도암·두경부암·췌담도암·간암·위암 등 암종별로 전문 다학제 진료팀을 운영 중이다. 내과·외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분야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함께 살펴 치료의 순서와 방법을 정한다. 새 암병원에서는 전용 다학제 진료 공간과 특성화센터를 중심으로 협진을 더욱 촘촘하게 연계할 방침이다. 그동안 축적한 치료 성적도 새 암병원의 기반이 된다. 구로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 평가 결과 대장암·위암·유방암·폐암 분야에서 5년 이상 연속 1등급을 받았다. 민 병원장은 “연구중심병원으로서 활발한 임상시험을 통해 새 항암제와 진단·치료 기술을 검증한 뒤 실제 환자 치료에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왔다”며 “새 암병원에서는 연구 성과가 실제 치료로 더욱 빠르게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암 종류별 치료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웃컴스북’도 조만간 발간할 예정이다. 실제 환자의 치료 결과를 해마다 추적하고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암 치료의 목표는 완치를 넘어 환자의 삶의 질까지 관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암환자에게 ‘5년 생존’은 중요한 이정표지만,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고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구로병원은 올해부터 암 생존자를 위한 ‘암 평생 관리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치료 후 5년, 일부 암종은 10년이 지난 환자를 기존 진료과와 연계해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다. 식생활은 물론 향후 필요한 검진의 종류와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암 진단과 치료에서 완치 후 건강 관리, 가족의 예방·검진까지 하나로 잇는 ‘완결형 암 관리 체계’인 셈이다. 민 병원장은 “최고의 병원은 단순히 규모가 가장 크거나 고가 장비가 많은 곳이 아니라 환자가 실제로 최고의 병원이라고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새 암병원을 중심으로 중증·필수의료와 정밀 암 치료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치료 과정뿐 아니라 이후 삶까지 환자의 입장에서 의료를 책임지는 병원으로 계속 변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중증·필수의료는 꼭 지켜야 할 철학 … 환자가 체감하는 최고의 병원 만들 것” 인터뷰 민병욱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장 민병욱 고려대 구로병원장. 민병욱(사진) 고려대 구로병원장은 새 암병원의 방향을 설명하면서 거듭 ‘환자 중심’과 ‘중증·필수의료’를 강조했다. 새 건물과 첨단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환자를 치료할 사람과 병원이 지켜야 할 철학이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 암병원 건립이 갖는 의미는. “구로병원은 현재 공간이 협소해 기존 시설 안에서는 더 이상 충분한 확장이 어렵다. 새 암병원은 중장기 마스터플랜의 핵심인 2단계 사업이다. 의·정 사태 등으로 착공이 당초보다 약 2년 늦어지면서 재정 부담도 커졌다. 하지만 계획된 확장이 멈추면 병원의 성장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 암병원은 구로병원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반이다.” 환자 입장에선 어떤 점이 개선되나. “병원 안에서 이동하는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의료진에게 병원은 익숙한 공간이지만, 환자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다. 병원이 환자의 입장에서 움직여야 한다. 새 암병원은 진료와 검사, 치료 기능을 한곳에 모으고 관련 진료과가 함께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구로병원만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오랜 기간 쌓아온 다학제 진료 경험과 이를 뒷받침하는 치료 역량이다. 구로병원은 유전체 분석과 정밀의료, 고난도 수술, 연구 역량을 결합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찾아내고 있다. 특히 고난도 단일공 로봇수술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새 암병원이 완공되면 이런 강점을 더욱 체계화해 개인 맞춤형 정밀 암 치료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중증·필수의료 강화에 요구되는 과제는. “훌륭한 인재 확보가 절실하다. 중증·필수의료는 흔히 말해 돈이 안 되고 힘든 분야다. 그렇다고 이를 포기하면 병원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 구로병원에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와 외상 전문 의료진처럼 병원의 안전을 지키는 인력이 많다. 수익만으로는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역할이다. 좋은 건물과 첨단 장비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우리와 같은 철학을 공유하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을 함께 만들어갈 인재가 필요하다. 그런 인력을 확보하고 제대로 대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궁극적으로 어떤 병원을 만들고 싶나. “환자가 느끼는 최고의 병원을 만들고 싶다. 규모가 크거나 비싼 장비가 많은 병원을 뜻하는 게 아니다. 환자가 진료를 받으면서 ‘이 병원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구로병원은 1983년 개원 이후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새 암병원이 완공된 뒤에도 변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중증·필수의료를 지키면서 환자가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계속 변화하는 병원을 만들어 가겠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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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아 맞다, 나 뭐 하려고 했더라?
헬스 신간 헬스신간 아 맞다, 나 뭐 하려고 했더라? 노현재 지음, 리드앤두, 184쪽, 1만7000원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과 짧고 자극적인 숏폼 콘텐트. 시선을 빼앗는 요소가 넘쳐나는 일상에서 집중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자책이 아닌 흐트러진 집중력을 되찾는 실질적인 전략이다. 『아 맞다, 나 뭐 하려고 했더라?』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진단받은 의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검증한 뇌 사용법을 전한다. 일상에서 곧바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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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명절 부모님 되묻는 이 말, ‘건강 적신호’ 였다 [Health&]
TV 소리 커지고 가족 대화 자주 놓쳐 보청기 등 청각 재활 조기에 시작해야 가천대길병원 명절은 평소 자주 만나지 못했던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전화 통화만으로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청력 변화는 오랜 시간 함께 지내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평소와 다른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청력이 떨어지는 것은 흔한 변화다. 그렇다고 이를 단순히 ‘노화니까 어쩔 수 없다’며 방치해선 안 된다. 노인성 난청은 대부분 서서히 진행돼 본인이 청력 저하에 적응하면서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신호는 대화 습관에서 먼저 나타난다. 부모님이 가족의 말을 자주 되묻거나 대화의 흐름을 놓치고, TV나 라디오 소리를 예전보다 크게 튼다면 청력 저하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전화 통화 때 한쪽 귀만 사용하거나 초인종·휴대전화 알림음을 잘 듣지 못하는 것도 눈여겨볼 변화다. 질문과 동떨어진 대답을 하는 경우 역시 상대의 말을 정확히 듣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잘 들리지 않으면 대화 내용을 놓치는 일이 잦아지고, 매번 되묻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 가족 대화나 모임에서 한발 물러서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줄고 정서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난청을 단순히 ‘귀가 잘 안 들리는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노인성 난청은 주로 높은 음역대의 청력부터 떨어진다. 이 때문에 소리 자체가 작게 들리기보다 “소리는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주변 소음이 섞이면 말을 구별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부모님이 “요즘 사람들이 말을 너무 웅얼거린다”고 자주 말하는 것도 청력 저하를 의심할 수 있는 단서다. 난청이 의심된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검사를 통해 난청의 정도와 유형, 양쪽 귀의 차이를 확인한 뒤 개인에게 맞는 청각 재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필요하다면 보청기 사용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보청기는 귀가 거의 들리지 않게 된 후 사용하는 ‘마지막 수단’이 아니다.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불편을 느끼고, 검사에서 청력 저하가 확인됐다면 청력 상태와 생활환경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이롭다. 난청이 심해진 뒤에는 보청기로도 소리를 알아듣기 훨씬 어렵고, 잘 들리지 않는 상태가 오래될수록 적응에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이번 명절에는 부모님의 대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자. 난청이 의심된다면 청력검사를 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할 경우 보청기 등 적절한 청각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 부모님의 의사소통 능력과 삶의 질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선우웅상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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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큰 병원 없는 곳, 현장 간호 인력 외면하지 말아야
기고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직역 칸막이 넘는 제도적 해법 필요 지역 일차의료, 간호조무사 역할 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흔히 의료 인프라 격차를 도시와 시골의 지리적 문제로 치부하지만, 데이터가 보여주는 진실은 다르다. 격차의 진짜 축은 수도권과 지방이 아니라 ‘큰 병원의 유무’에 있다. 실제로 전국 250여 개 시군구 중 173곳(69.2%)에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보다 더 많다. 대형 병원이 없는 생활권일수록 10명 중 7명의 간호조무사가 일차 의료의 최일선을 지키고 있다. 이들이 없으면 전국 시군구의 40% 이상 지역에서 간호 인력의 절반이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동네 의원 간호 인력의 82% 이상이 간호조무사라는 통계 역시 이들이 국민과 가장 가까운 간호 인력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러나 현행법은 방문간호 제공 주체를 간호사로만 한정하고 있다. 현장에는 인력이 있는데 제도에는 없는, 법과 현장과 보상이 제각각 겉도는 ‘3중 불일치’의 전형이다. 현존하는 인프라를 배제한 대가는 참담하다. 일차 의료 방문 진료 시범사업의 청구율은 극히 저조하고, 재택 의료 이용률은 장기요양 대상자의 1%대에 갇혀 있다. 이는 간호사를 대체하자는 직역 갈등이 아니다. 교육과 자격을 갖춘 인력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합리적인 ‘역할 분담’의 문제다. 이미 현장에는 700시간의 특화 전문 과정을 마친 방문간호 간호조무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의사의 지도와 지시 아래 만성질환 모니터링, 투약 지도, 욕창 드레싱 등 필수 처치를 안전하게 수행해 왔다. 현장 개원 의사의 84.1%가 방문 진료 시 간호조무사의 참여 수가 신설을 요구하는 이유다. 본래 통합돌봄은 거주지에 따른 차별 없이 전면 적용되는 것이 온당하나, 입법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국회에서는 의료취약지와 군(郡) 단위 지역부터 문을 여는 현실적인 대안이 여야를 막론하고 발의됐다. 먼 미래의 간호사 확충 계획 뒤로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현장의 절규를 더는 미룰 수 없다. 초고령사회의 돌봄 제도는 현장에 뿌리내린 자원을 제도 안으로 품어내는 실용주의 위에서만 작동한다. 이번 9월 정기국회가 직역의 칸막이를 넘어 환자의 삶을 먼저 살피는 유연하고 지혜로운 제도 재설계의 물꼬를 터주길 기대한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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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환절기 기온차에 지친 몸 ‘황칠’로 기력 충전
광동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날도 제법 늘었다. 이처럼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면역력을 점검해야 한다. 급격한 기온 변화는 신체 균형을 무너뜨리고 면역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저하되면 독감 등 감염병에 걸리기 쉬운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신체 균형이 무너지기 쉬운 환절기, 몸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 약재가 ‘황칠’이다. 황칠은 황칠나무에서 얻은 황금빛 수지(진액)다. 예로부터 기력 회복과 면역 관리에 활용되며 귀한 대접을 받았다. 황칠에는 사포닌·베툴린·클로로겐산·퀘르세틴 등이 풍부하다. 체내 면역력 증진은 물론 피로 해소와 혈액순환 개선, 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이다. 광동제약은 이러한 황칠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광동녹황당 황칠’(사진)을 선보이고 있다. 제품에는 제주 지역에서 자란 무농약·친환경 황칠을 제주 용암해수로 추출한 ‘황칠 용암해수추출농축액’(15%)이 담겼다. 여기에 녹용·황기·당귀를 비롯해 참당귀·천궁·숙지황 등의 전통 원료와 광동제약이 특허받은 ‘증숙생강추출물’을 더했다. 지친 현대인의 기력을 채워줄 국내산 전통 원료 9종에 특허 원료 1종을 배합했다. 광동제약은 환절기 건강 관리를 위한 특별 이벤트를 진행한다. ‘광동 녹황당 황칠’ 3박스(박스당 30일분)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광동 녹황당 황칠’ 2박스와 특별 사은품을 추가 증정한다. 이벤트는 콜센터(1833-4279)를 통해 진행하며 선착순 500명에 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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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대동맥판막 굳는 협착증, TAVI로 치료 문턱 낮아져”
인터뷰 장기육 순환기내과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노화로 판막 굳어 심장에 과부하 기기 발전으로 시술 안정성 높아져 건보 확대로 시술 비용 부담 줄어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가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위험성과 TAVI 시술의 건강보험 급여 확대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년층의 삶의 질과 생명을 위협하는 퇴행성 심장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심장의 관문 역할을 하는 판막이 딱딱하게 굳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대표적이다. 제때 판막을 교체하지 않으면 2년 내 절반 이상이 사망할 만큼 위험한 질환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가슴을 열지 않고 카테터(가느다란 도관)로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이 활성화되고 건강보험 급여 기준까지 개편되면서 치료 선택지가 한층 넓어졌다. 다가오는 ‘세계 심장의 날’(9월 29일)을 맞아 대한심혈관중재학회장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를 만나 대동맥판막협착증의 특징과 최신 치료 경향을 들었다. 장 교수는 TAVI 시술을 1500례(例) 이상 집도한 이 분야 권위자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대동맥판막은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는 판막으로 문처럼 열렸다 닫혔다 하며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낸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판막이 딱딱하게 굳고 좁아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노화로 인해 혈액 속 칼슘이 판막에 축적되며 석회화가 진행된 결과다. 판막이 좁아지면 심장에 막대한 과부하가 걸리고 압력이 높아져 심장 근육이 뻣뻣해진다. 이로 인해 가벼운 운동만으로도 폐에 혈액이 차오르는 폐울혈이 생겨 호흡곤란을 겪고 밤에 잠을 이루기 힘든 상태로 악화한다. 증상이 나타난 후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2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환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평균 수명이 80세 이상으로 늘면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75세 이상 인구의 약 5%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고 있을 정도로 고령층에서 발병 빈도가 높다. 이 나이대 대표적인 심장 질환인 협심증보다 발병 빈도는 다소 낮을지 몰라도 중증도가 높고 급사 위험이 매우 크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갈수록 주목받고 있으며 경각심을 가져야 할 질환이다.” 치료 방법은 뭔가. “근본적인 치료법은 병든 판막 대신에 새로운 판막을 넣는 것이다. 방식은 가슴을 절개해 손상된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적 대동맥판막치환술(SAVR)과 가슴을 열지 않고 다리 혈관을 통해 도관을 넣은 다음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로 구분한다. 수술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은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춘 뒤 진행해야 하므로 고령자나 기저 질환자에게는 부담이 된다. 반면에 TAVI는 수면 또는 국소마취로 진행돼 회복이 빠른 편이다. 지혈이 잘 되면 6시간 후부터 일어나 앉을 수 있고, 다음 날부터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유럽·미국 등 해외에서는 연령과 수술 위험도, 해부학적 특성 등을 고려해 TAVI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방향으로 치료 환경이 변하고 있다.” 최근 TAVI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개편됐는데. “기존에는 80세 이상이거나 수술 고위험군 환자 중심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주저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순환기내과·심장혈관흉부외과·마취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심장통합진료팀 전원이 시술 필요성에 동의할 경우 급여 적용이 가능해졌다. 연령이나 수술 가능 여부 중심의 제한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환자의 전신 상태와 심장통합진료팀의 임상적 판단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치료법을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다 많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가 제때 시술받을 수 있어 치료 문턱이 한층 낮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술 도입 초창기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가장 크게 와닿는 점은 기기의 발전이다. 갈수록 시술 기구가 얇아지고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에 맞춘 다양한 인공판막이 도입돼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 또한 학회를 중심으로 시술 과정을 공유하는 라이브 심포지엄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시술의 표준화·평준화가 이뤄졌다. 초기에는 치료를 포기하거나 수술 고위험군 환자만 겨우 시술받는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이러한 과학적·기술적 발전 덕분에 많은 환자가 TAVI 치료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처럼 국내 TAVI 시술이 정착기를 맞은 가운데, 지난 7월 대한심혈관중재학회장으로 취임한 장기육 교수는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에도 집중하고 있다. 장 교수는 “국내 TAVI 도입이 10년을 넘어서면서 과거 시술받은 판막의 수명이 다해 재시술하는 ‘TAVI-in-TAVI’가 화두로 떠올랐다”며 “이런 고난도 시술에 대한 교육과 기술 확산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지난 10년간의 누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장기 치료 성적을 정립하는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 심장의 날’을 앞두고 심장 건강 관리의 중요성도 재차 언급했다. 이번 캠페인 주제는 ‘Don’t miss a beat’로, 심장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담고 있다. 대표적인 퇴행성 심장 질환인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굴이 까다로운 편이다. 심장 건강이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만큼 일상에서 나타나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심장의 경고 신호를 어떻게 알아챌 수 있나. “평소 3층 높이의 계단을 쉬지 않고 올라가 보라고 권한다. 매일 또는 정기적으로 계단을 올랐을 때 예전과 달리 숨이 가쁘거나 가슴 통증, 어지럼증이 느껴진다면 즉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자녀나 보호자라면 부모님과 함께 외출했을 때 걸음걸이 속도나 호흡 상태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도적으로는 심전도 검사를 국민건강검진 필수 항목으로 고려한다면, 대동맥판막협착증 같은 심장 질환을 일찍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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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피부 리프팅 시술 만족도 높이려면 정품 팁 사용·교체 주기 중요해”
인터뷰 문성훈·전재욱 리프톤피부과의원 원장 리프팅 기기의 팁, 시술 효과에 영향 QR코드로 정품 여부 손쉽게 파악 자주 웃으면 근육 자극돼 노화 예방 서울 리프톤피부과의원 문성훈(왼쪽)·전재욱 대표원장이 최신 리프팅 시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얼굴을 지탱하던 힘도 조금씩 느슨해진다. 팽팽했던 볼이 아래로 처지고 또렷했던 턱선도 흐려진다. 리프팅은 이처럼 세월에 밀려 내려온 피부를 끌어올리고 흐트러진 얼굴선을 정돈하는 시술이다. 관건은 얼굴의 어느 부위에 얼마만큼의 힘을 전달하느냐다. 피부 상태와 얼굴 구조에 맞춰 필요한 곳에 적절한 에너지를 전달해야 시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서울 리프톤피부과의원 문성훈·전재욱 원장과 리프팅 시술의 효과를 높이면서 부작용 위험은 낮추는 방법을 짚어봤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나. 문성훈 원장(이하 문) “과거에는 피부 처짐이 본격화되는 중장년층이 주로 찾아왔다면 최근에는 20·30대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 다만 연령대별로 시술 목적은 다르다. 젊은 층은 처짐 개선보다는 페이스 라인을 깔끔하게 정돈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상담 내용도 40·50대와는 ‘어디까지 개선할 수 있는가’를, 20·30대와는 ‘어디를 어느 정도 정돈할 것인가’를 주로 이야기한다.” 초음파와 고주파 리프팅은 뭐가 다른가. 문 “피부에 열을 전달해 콜라겐 생성을 유도하는 목적은 같지만, 그 열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서 차이가 있다. 초음파 리프팅은 에너지를 한 점에 모으는 방식이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는 것과 비슷하게 목표한 깊이에 초점을 맞춰 국소적으로 열을 전달한다. 반면에 고주파는 표면에서부터 열을 넓게 퍼뜨리는 방식이다. 한 점에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대신 일정 범위에 고르게 열을 분산시켜 원하는 효과를 낸다.” 시술을 결정할 때 유의할 점은. 전재욱 원장(이하 전) “전문가의 충분한 진단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거다. 똑같이 여드름이 많은 피부라도 피부 두께, 유분 정도, 지방 분포 등에 따라 진단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를 종합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시술로 효과 없이 돈만 낭비할 수 있다. 특히 리프팅은 조직에 변화를 일으키는 시술이다. 잘못된 부위에 에너지가 전달되면 원하지 않는 조직이 변할 우려도 있다.” 문 “우리 병원에서 시술 전 원장 상담을 필수로 거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시술의 첫 단추인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처방과 치료, 사후 관리가 어긋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부 병원에선 진단 과정이 생략되곤 한다. 마치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메뉴를 고르듯 내원객이 기기 화면에서 원하는 시술을 선택하고 결제까지 마치는 식이다. 내 얼굴에 어떤 시술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학적 판단은 빠진 채 시술이 결정되는 셈이다.” 리프팅 기기에 휴대전화를 접촉해 정품 여부를 조회하는 터치 프라임 캠페인. 요즘엔 정품 ‘팁’의 중요성도 부각된다. 전 “팁(tip)은 리프팅 시 피부에 닿는 교체형 소모품이다. 팁의 성능이 떨어지면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첫째, 에너지가 원하는 깊이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기대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둘째, 피부 표면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화상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품 팁을 사용하고 정해진 주기에 맞춰 새 제품으로 교체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곳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정품인지 확인할 수는 없나. 전 “방법은 있지만 박스 표기나 스티커, 시리얼 번호 확인 등 절차가 번거롭고 시술을 끝내고 나서야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결국 병원과 환자 간 신뢰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시술 전 소비자가 의료기기의 정품 여부를 간편하게 확인하는 방법들도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울쎄라피 프라임의 터치 프라임(Touch Prime)이다. 소비자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고도 리프팅 기기 본체의 NFC에 휴대전화를 접촉하거나 팁의 QR코드를 촬영해 정품인지 가려낼 수 있다. 환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문 “진료실에서 ‘정품입니다’라고 직접 보여드려도 환자 입장에서는 의심이 남을 수 있다. 의료진도 매번 이를 설명하고 증명해야 해 부담이 만만치 않다. 터치 프라임 정품 인증 시스템은 이런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병원이 스스로 증명하는 게 아닌 제조사가 마련한 경로를 통해 환자가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의료진도 불필요한 의심을 해소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고 시술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해 알아둘 점은. 문 “기본적인 생활 습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시술 여부와 관계없이 술과 담배는 피부 노화를 앞당길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자외선 차단과 보습도 꾸준히 신경 써야 한다. 특히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는 가을과 겨울에는 수분크림을 충분히 바르고 가습기 사용을 권한다. 평소 웃는 표정을 자주 짓는 것도 좋다. 그 자체로 리프팅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습관이 하루하루 쌓이면 장기적으로 얼굴의 인상과 탄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 “항노화 관리에서 중요한 건 개인 맞춤형 진단과 지속성이다. 노화의 양상이 나이별로 달라지는 만큼 생애주기에 맞춘 장기적인 관리 계획도 중요하다. 이를 개인이 혼자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 가능하면 한 피부과에서 피부 상태와 치료 이력을 꾸준히 축적하며 관리받길 바란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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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적용 순위 밀리던 CAR-T 혈액암 첫 재발부터 쓴다
혈액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 고위험 재발 환자 2차 치료 효과 입증 해외 30여개국 건강보험 급여 적용 국내선 비급여로 치료 문턱 높아 국내에도 CAR-T 치료가 도입되면서 적기 치료를 위한 접근성 개선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치료법의 발전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열어준다. 혈액암 분야에서는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와 같은 혁신 치료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난치성 혈액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던 혁신 치료를 이른 단계에 선제 적용해 장기 생존·완치를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해외 표준치료로 자리 잡아, 한국은 제자리 하지만 이런 치료 기회가 모든 환자에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혁신 치료가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에서는 높은 약가와 보험 급여 문제로 접근이 제한적이다. 9월 ‘혈액암 인식의 달’을 맞아 치료법의 발전이 실질적인 치료 기회로 이어지도록 치료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치료 선택지가 있다는 것과 실제로 그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이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하 DLBCL)으로 치료받는 60대 환자의 사위다. 그의 장모는 1차 치료 실패 후 CAR-T 치료를 권유받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청원인은 “치료 시기가 중요한 중증 암 환자에게는 ‘필요한 때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중요하다”며 현실적 어려움으로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DLBCL은 대표적 혈액암인 림프종 가운데 가장 흔한 아형(Subtype)으로, 전체 림프종의 약 30~4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240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DLBCL 진료 환자는 2015년 8095명에서 2025년 1만5379명으로 10년 사이 약 1.9배 증가했다. DLBCL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이라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1차 표준치료로 절반가량의 환자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전체 환자의 30~50%는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1차 치료에 처음부터 반응하지 않거나 12개월 이내 재발한 고위험 환자는 예후가 더욱 불량해 효과적인 2차 치료의 중요성이 크다. 기존 2차 치료에도 한계는 있다. 기존에는 다른 항암제로 반응을 유도한 뒤 고용량 항암 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이는 항암 치료에 충분히 반응해야 이식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는 고강도 치료나 이식 자체가 부담된다는 점이 한계다. 실제 표준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이식까지 진행한 비율은 36%에 그쳤고, 이식 후에도 약 절반이 재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 고위험 환자의 2차 치료 판도를 바꾼 것이 CAR-T 치료다. CAR-T 치료는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든 뒤 다시 몸에 투여하는 개인 맞춤형 세포치료다. 몸에 들어간 CAR-T 세포는 암세포를 찾아 파괴한다. 효과는 임상 데이터로도 확인됐다. 대규모 글로벌 3상 임상에서 1차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12개월 이내 재발한 환자에게 2차 치료로 CAR-T를 사용했을 때 질병이 악화하거나 추가 치료가 필요해지기까지의 기간이 기존 표준치료보다 약 4배 길었다. 치료 4년 시점에도 CAR-T 치료군의 절반 이상이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CAR-T 치료의 적용 시점은 앞당겨지는 중이다. 과거에는 여러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고위험 환자에게 첫 재발 단계부터 사용하는 등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반복되는 재발과 항암 치료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서적·경제적 한계에 부딪히는 DLBCL 환자들을 자주 마주한다”며 “대규모 임상을 통해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낮춘 CAR-T 치료제는 기존 표준치료의 한계로 좌절하던 환자에게 장기 생존 기회를 제공할 치료 대안”이라고 말했다. 기존 치료제 한계 넘어 고위험 환자의 희망 다만 CAR-T 치료는 임상 현장 적용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가장 큰 장벽은 보험 급여 문제로 인한 낮은 접근성이다. 현재 국내에는 고위험 환자에게 2차 치료로 쓸 수 있는 CAR-T 치료제가 허가돼 있지만,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재발·불응성 DLBCL 환자는 치료 선택지가 제한된 상황에서 비용 부담으로 남은 치료마저 선택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반면에 해외에서는 CAR-T 치료의 2차 치료에 급여가 이미 적용되며 표준치료로 쓰이고 있다. 이런 국가만 미국·영국·일본 등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 이른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도 고위험 DLBCL 환자의 2차 치료로 CAR-T 치료를 가장 높은 권고 수준인 ‘Category 1’로 권고한다. 치료의 발전이 환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고영일 교수는 “CAR-T 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면역 세포를 활용하는 만큼 면역 기능과 전신 체력이 쇠약해지기 전에 투여해야 최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접근성이 개선된다면 미충족 수요가 큰 고위험군 환자의 장기 생존율을 높이는 동시에 반복 치료로 낭비되는 건강보험 재정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영 기자 kim.gayeo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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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20년 새 달라진 폐암 치료...“이젠 지역 접근성이 중요”
대담 김수한·김미현·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치료법 발전으로 개별화 치료 가능 표준치료, 지역·수도권 차이 없어 “지역 임상시험 접근성 개선 필요” 호흡기내과 김수한·김미현·엄중섭 교수(왼쪽부터)는 "장기 치료의 관건은 이상 반응 관리와 안정적인 치료 환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동하 객원기자 불과 20년 사이 폐암 치료는 눈에 띄게 발전했다. 표적치료제·면역항암제 등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고,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도 늘었다. 특히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렉라자(레이저티닙) 같은 3세대 표적치료제가 등장하고, 병용요법이 가능해지면서 치료 성과가 크게 향상됐다. 이러한 변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세계폐암학회(WCLC)가 최근 19년 만에 서울에서 열렸다. 학회에서 만난 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수한·김미현·엄중섭 교수는 폐암 치료의 변화를 되짚어보며, 이제는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선택하고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세 교수에게 달라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전략과 지역 의료의 역할을 들었다. 현재 국내 EGFR 변이 폐암 치료 환경은 어떤가. 엄중섭 교수 “표준치료 측면에서 국내 치료 수준은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된 약제도 대부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허가된 약제라도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진료에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특히 최신 치료는 허가 후 급여 적용까지 시간이 걸려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치료법 발전으로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치료 전략은 어떻게 세우나. 김수한 교수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면서 개별화된 치료가 가능해졌다. 치료 전략을 세울 때는 나이, 동반 질환 같은 환자 상태와 병기, 전이 정도·위치 등 암의 특성을 함께 살핀다. 뇌, 간 등 어느 장기로 전이됐는지도 중요하다. 이를 종합해 환자가 안정적으로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치료법을 선택한다.” 김미현 교수 “장기간 치료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환자가 부작용을 감당하며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부작용 관리를 도와줄 가족이나 사회적 지원 환경, 경제적 부담도 함께 고려한다.” 렉라자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을 결정하는 기준은. 김미현 교수 “병용요법은 장기간 치료에 따른 비용 부담과 독성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지를 살펴 결정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면 병용요법을, 그렇지 않다면 단독요법을 고려한다. 단독요법은 약제별 부작용과 환자의 기저 질환을 함께 살핀다. 각 치료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 전이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엄중섭 교수 “4기 폐암의 경우 뇌·뼈·간 등 주요 장기로 전이되면 예후가 좋지 않은데, 특히 뇌 전이는 치료가 쉽지 않다. 뇌에는 약물 유입을 막는 혈액뇌장벽(BBB)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제 선택 시 중추신경계에서의 효과를 중요하게 본다. 3세대 EGFR 표적치료제는 1·2세대보다 중추신경계에서 좋은 효과를 보인다. 다만 3세대도 내성이 생길 수 있어 렉라자-리브리반트 등 병용요법을 적극 고려한다. 특히 렉라자는 뇌 전이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적인 장기 치료를 위해 중요한 것은. 김수한 교수 “치료 초기부터 이상 반응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 이상 반응, 설사 등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약물치료를 하고 상황에 따라 다른 진료과와의 협진도 진행한다. 심전도, 혈액검사 등도 정기적으로 시행해 이상 반응을 조기에 발견·관리해야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치료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장기 치료 사례가 늘며 지역 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엄중섭 교수 “장기간 치료하려면 부작용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의료진에게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상 반응 관리가 중요한 병용요법을 받거나 고령인 환자는 연고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에게 꾸준히 관리받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표준치료는 수도권이나 지역이나 다르지 않다. 지역에서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지역 환자의 장기 치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엄중섭 교수 “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는 환자가 지역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 기반을 다져왔다. 정부 지정 호흡기센터를 중심으로 폐암 수술 전후와 항암 치료 중 호흡재활과 운동, 영양 상담을 제공한다. 치료 중 어려움이 생기면 외래 진료 간격을 좁히는 등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도 세심하게 관리한다. 또 하나 공을 들이는 분야는 임상시험 유치다. 지역 환자가 거주지 때문에 새로운 치료 기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연구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신약 임상시험 참여 기회를 넓혀왔다.” 모든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어려운 만큼, 실제 진료 데이터와 연구를 통한 치료 근거 보완도 중요하다. 렉라자는 급여 적용 전 무상공급프로그램(EAP)을 통해 국내 환자의 실제 진료 경험을 축적했고, 이번 WCLC에서는 EAP에 참여한 환자의 실제 진료 데이터(RWD)가 공개됐다. 연구자주도연구(IIT)도 이어지며 치료 근거를 넓히고 있다. 실제 진료 데이터·IIT는 치료 발전에 어떤 의미가 있나. 김수한 교수 “진료 현장에서 연령이나 전신 상태 등의 이유로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어려운 환자를 많이 만난다. EAP를 통해 축적된 실제 진료 데이터는 이런 환자를 포함한 다양한 환자의 치료 효과와 이상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IIT는 진료에서 생긴 의문이나 기존 연구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부분을 연구자가 직접 검증하는 연구다. 기존 임상시험의 빈틈을 보완하고 환자에게 보다 최적화된 치료 전략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인터뷰 말미에 세 교수는 국내 폐암 치료의 발전을 위해 지역의 연구 역량과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수한 교수는 다기관 데이터를 표준화해 축적·활용할 수 있는 연구 기반 마련을, 김미현 교수는 지역 환자의 신약 접근 기회를 넓히기 위한 임상시험 확대를 과제로 꼽았다. 엄중섭 교수는 “지역에서도 충분한 치료와 연구가 가능하도록 지역 국립대병원에 대한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가영 기자 kim.gayeo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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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로봇수술 역량 키워…고난도 암 환자도 부산서 치료한다”
인터뷰 조정수 센터장 부산대병원 로봇수술센터 올해 흉부 로봇수술 800례 돌파 복잡한 재발암에도 적용 범위 확대전문의·숙련팀 지역 정착이 관건 조정수 센터장은 “지역에서도 고난도 수술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로봇수술의 적용 범위와 치료 역량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암 치료는 수술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진단과 수술, 입원, 회복 후 추적 등 긴 과정이 이어진다. 그런데 적지 않은 지역 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수도권 대형 병원을 찾는다. 치료가 길어질수록 환자와 가족이 감당해야 할 이동·시간의 부담도 커진다. 이런 환자 이동은 지역 의료가 중증·고난도 치료 역량을 축적하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부산대학교병원은 로봇수술을 활용해 고난도 암 치료 역량을 키워왔다. 2013년 비뇨의학과 중심으로 시작한 로봇수술은 외과·심장혈관흉부외과·산부인과·이비인후과로 확대됐다. 조정수 부산대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은 “환자가 지역을 떠나지 않고 필요한 치료를 끝까지 받을 수 있도록 최종 치료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지역 거점 병원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숙련된 전문 의료진과 수술 인프라, 중환자 관리, 다학제 협진 역량이 필요하다. 치료의 전 과정이 지역 안에서 이어져야 한다. 고난도 수술을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로봇수술은 환자의 질환과 상태에 맞는 수술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치료의 폭을 넓혀주는 좋은 수단이다.” 로봇수술 도입 후 어떤 점이 달라졌나. “2013년 다빈치 Si 도입 이후 Xi·SP·X로 시스템을 확대했다. 그 결과 수술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난도가 함께 높아졌다. 현재는 골반강 수술부터 폐·종격동·식도, 간담췌·대장 등 흉부와 복부의 고난도 수술까지 시행한다. 복잡한 절제·재건과 항암 치료 후 유착이 심한 수술에도 활용된다. 과거 개흉수술을 먼저 고려했던 복잡한 수술도 로봇수술을 하나의 선택지로 검토할 수 있게 됐다.” 로봇수술은 좁고 깊은 공간에서 강점이 두드러진다. 확대된 3차원 영상으로 혈관이나 기관지 주변을 자세히 볼 수 있고, 관절형 기구를 이용해 여러 각도에서 세밀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런 특성은 절제한 조직을 다시 봉합하거나 재건해야 하는 수술에서 특히 유용하다. 기억에 남는 치료 사례가 있다면. “기관지 종양이 재발한 환자였다. 이전 치료로 흉강 내 해부학적 구조가 변해 있었고, 종양이 있는 기관지를 일부 절제한 뒤 다시 견고하게 연결해야 했다. 다행히 수술 로봇을 활용해 좁고 깊은 흉강에서도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면서 고해상도 시야로 주변 구조물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개흉수술로도 가능한 수술이지만, 이 환자의 경우 안정성과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침습을 줄이기 위해 로봇수술을 선택했다.” 흉부 로봇수술도 800례를 넘어섰다. “심장혈관흉부외과 로봇수술은 2023년 31례에서 2025년 296례로 늘어 올해 8월 누적 800례를 달성했다. 경험의 축적이 수술 난도의 확대로 이어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수술 건수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난도의 수술까지 지역에서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느냐’다.” 수술의 질은 어떻게 판단하나. “안전성과 회복 상태를 봐야 한다. 수술이 얼마나 완결성 있게 이뤄졌는지, 환자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회복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수술 부위 감염과 합병증, 수혈, 30일 이내 재입원, 사망이 주요 지표다. 암 수술에서는 종양을 충분히 제거했는지도 중요하다. 재원 기간과 수술 시간, 수술 후 통증, 일상생활 복귀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환자군과 수술 종류, 질환 중증도가 다른 만큼 한두 수치만으로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 센터 운영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장비만으로는 부족하다. 로봇수술센터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의료진 교육과 전담 인력, 표준화된 운영체제, 데이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부산대병원에서는 전담 코디네이터가 환자 상담과 수술 일정 조율, 신규 집도의 지원을 맡고 있다. 이러한 운영체제가 정착되면서 연간 로봇수술은 2023년 512례에서 2024년 953례, 2025년 1332례로 늘어 2023년 대비 약 2.6배 증가했다. 임상 결과도 지속적으로 분석해 진료와 운영 개선에 반영한다. 개별 의료진의 경험을 조직 전체의 역량으로 축적하는 구조가 중요하다.” 지역의 고난도 치료 역량을 끌어올리려면. “장기적인 지원 체계가 필수적이다. 로봇수술이 부족한 인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전문의를 확보하고 숙련된 수술팀이 지역에 정착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고난도 암 수술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 자원을 반영한 수가 체계도 뒷받침돼야 한다. 대만처럼 일부 로봇수술에 기존 흉·복강경 수술에 준하는 수술료를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지역의 중증 치료 역량은 장비를 한번 도입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험이 축적되고 다음 세대로 이어질 때 지속 가능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역에서 시행할 수 있는 고난도 수술의 범위를 계속 넓힐 예정이다. 축적된 임상 데이터로 치료의 질도 꾸준히 점검하고자 한다. 의료진 교육과 운영체계도 고도화하면서 장기적으로 부산대병원이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지역 의료 현장과 공유하고 싶다.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환자들이 중증 질환도 가까운 곳에서 믿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적절한 치료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겠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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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지역의사 선발 시작…10년 뒤 이탈 막을 정착 인프라 마련해야
지역 기반 실습·수련 인프라 강화 장기 비전 제시로 경력 경로 구축 지역의사제가 결실을 보려면 양질의 수련 체계와 진료 환경, 정주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출처: GettyimagesBank] 2027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이 9월 시작되면서 올해 처음 도입된 ‘지역의사선발전형’(490명 선발)이 의료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붕괴 위기에 처한 지역 필수의료를 구하겠다는 취지로 첫발을 내디딘 만큼 이 제도가 실질적인 지역 의료 복원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역의사제는 입학 단계부터 학비와 체재비를 지원받는 대신, 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정된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무 복무 조건을 위반할 경우 법령에 따라 시정 명령, 면허 자격 정지, 면허 취소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수도권 쏠림과 필수의료 기피로 원정 진료를 떠나야 하는 지역 주민의 기본 생명권을 보장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지역 의료 현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현재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의 근무 환경은 그대로 둔 채 학생만 묶어둬서는 10년 뒤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단순히 지원금을 주고 의무만 부과하는 제도는 근본 대책이 아닌 일시적인 징검다리에 그칠 위험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보다 앞서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던 해외 선진국의 경험은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일본은 2008년부터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지방 근무를 의무화하는 지역정원제를 운용해 왔다. 그러나 일본 역시 초기에는 근무 기간 강제에만 의존한 결과 복무가 끝나자마자 의사들이 대도시로 이탈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일본 지자체는 단순한 강제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근무와 전문의 수련, 경력 개발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 나가고 있다. 지역 의료에 안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결혼·출산·진로 등의 라이프 상담을 통해 복무를 유연하게 설계·조정하는 지원책을 펼친다. 미국의 제도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료 취약지 근무 시 장학금·학자금 대출을 상환해 주는 프로그램부터 의료소외지역 소재 전공의 수련 보건소에 예산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농어촌 지역 병원에 상주하며 장기간 몰입 실습을 하는 심화 교육과정까지 다양한 자구책을 통해 정착률을 높이고 있다. 이런 해외 사례가 보여주듯, 지역의사제가 결실을 보려면 교육과 진료 환경을 다지는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가장 먼저 해결할 과제는 지역 완결형 수련 체계의 구축이다. 의대생이 전문의로 성장하는 과정 자체를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핵심으로, 의무 복무 강제나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지역 거점 병원에 수도권 대형 병원 수준의 임상 교육과 수련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숙련된 의료진이 지역에 남아 환자와 두터운 신뢰를 형성해야 지역민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첨단 장비 확충, 필수 진료과 운영 정상화와 같은 진료 인프라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둘째, 지역에 정주하며 진료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돕는 생활 인프라 지원이다.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난 후에도 지역에 남으려면 주거 지원, 자녀 교육 환경 개선, 정착 지원금 등 생활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지역 의료를 책임질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명확한 성장 로드맵이 필요하다. 지역 의사 출신 전문의가 단기 근무자에 그치지 않고, 지역 공공의료를 이끄는 리더로 자리 잡도록 장기 경력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술 연구 지원이나 해외 연수 기회, 공공보건 의료기관의 보직 부여 등 다각도의 성장 로드맵을 설계해 줄 필요가 있다. 지역의사선발전형은 단순히 선발 인원을 채우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의사를 지역에 묶어두는 강제성보다 지역 주민에게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과 비전이 먼저다. 10년 뒤에도 이들이 자부심을 품고 지역 주민 곁을 지키는 든든한 전문의로 남게 할 세심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때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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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이명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헬스신간 이명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김영호 지음, 사이언스북스, 408쪽, 2만5000원 이명은 외부의 소리 자극 없이 귓속 또는 머릿속에서 들리는 이상 음감을 말한다. 흔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명은 어떻게 사라지는가』는 이명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을 차근차근 짚는다. 30여 년 경력의 서울대 의대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직접 이명을 겪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수면과 운동, 명상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관리법도 알차게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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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기침 가래 가슴 답답함 호소 한방 복합치료, 폐 심장 함께 다스린다
심폐 기능 회복 돕는 한의학 급격한 기온 변화가 호흡기 자극 폐 면역력 높이고 심장 건강 살펴 통증은 신체 상태 고려해 맞춤치료 영동한의원 김남선 대표원장이 호흡기 증상 개선에 쓰이는 약재를 살피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환절기는 만성 질환자에게 유독 가혹한 시기다. 공기가 차갑고 건조해지면 호흡기 점막이 자극을 받아 기침·가래 등의 증상이 두드러져서다. 특히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이나 폐섬유화증을 앓고 있는 환자는 이 시기 급격한 기온 변화로 증상이 악화할 위험이 커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특히 COPD는 대부분 비가역적인 기류 폐쇄를 동반하는 질환이다. 기관지가 좁아지는 현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점차 진행해 정상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기관지를 확장하는 흡입제나 가래를 줄여주는 진해거담제 등을 활용해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런 약물은 손상된 폐 조직을 회복시키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염증 완화를 위해 자주 쓰이는 스테로이드 제제 역시 장기 복용 시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환자의 맥을 짚고 있는 김남선 대표원장. 한의학에서는 COPD를 치료할 때 망가진 폐포와 기관지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기관지의 염증 감소와 폐를 깨끗이 하는 청폐(淸肺), 손상된 기관지 평활근과 늘어진 폐포의 재생을 이끌어 폐의 면역력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기관지 염증 줄이고 폐포 재생 이끌어 대표적인 예로 영동한의원의 환약 ‘K-심폐단’ 치료법이 꼽힌다. 마황·계지·금은화·신이화 등의 약재로 기관지의 염증을 줄이고 숨길을 넓히는 한편 녹용·녹각교 등 폐의 재생력을 높이는 약재를 더해 청폐와 재생을 동시에 유도하는 방식이다. 만성 폐 질환 치료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폐와 심장의 관계다. COPD 환자의 70% 이상이 부정맥·협심증·심근경색증 등 심장 질환을 함께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액과 산소량이 부족해진다. 그 결과 관상동맥 질환이 유발되거나 숨이 차고 가슴이 조여오는 심장 질환이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처럼 폐와 심장은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있어 복합 치료를 진행할 때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K-심폐단은 강심(强心) 효과가 있고 호흡기 소통을 촉진하며 겉에 입혀진 순금이 약효가 오래가도록 돕는다. 여기에 기관지·순환기 증상을 개선하는 ‘김씨녹용영동탕’을 병행하면 심폐 기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 평소 COPD로 심한 기침과 가래, 가슴이 조여오는 불편감을 호소하던 김모(67)씨는 최근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수시로 가슴 앞부분에 찔리는 듯한 통증과 가슴 답답함이 느껴지고 왼팔과 어깨로 이어지는 방사통까지 생겨 영동한의원을 찾았다. 폐의 면역 회복과 심장 강화를 목표로 한방 복합요법을 진행한 결과, 한 달 후 심장 통증이 사라지고 두 달 후 기침 발작이 개선됐다. 6개월 후에는 약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 영동한의원 김남선 대표원장은 “K-심폐단과 김씨녹용영동탕을 함께 복용하는 한방 복합요법을 적용했을 때 빠르면 3~4개월 만에 증상이 소실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한방 복합요법은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높다. 김 대표원장은 그간의 연구·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8월 미국 하버드대 메디컬스쿨에서 COPD 복합약물 처방에 대한 증례를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일본, 중국 학회 등에서도 COPD 강의를 꾸준히 진행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환절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치료와 함께 일상 속 관리가 필수다. 폐 질환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하며, 규칙적인 호흡 재활 운동으로 심폐 지구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고 환기를 자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독감이나 폐렴에 걸리면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예방접종도 잊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침·저녁처럼 기온이 낮은 시간대에는 보온에 신경 쓰고, 찬 공기를 갑자기 많이 들이마시지 않도록 주의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보다 기침·가래가 심해지거나 호흡 곤란이 새롭게 나타나는 등 증상의 변화가 있을 땐 환절기 증상으로 생각하기보다 의료진과 상담해 현재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환절기엔 관절·근육 부위 통증 증가 환절기의 기온 변화와 면역력 저하는 비단 호흡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신체 전반의 기혈(氣血) 순환이 불안정해지면서 관절과 근육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늘어난다. 기침이나 호흡 곤란으로 수면 장애를 겪거나 경직된 자세로 오래 생활하면 호흡 보조근과 척추 주변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져 전신 통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통증을 방치하거나 단순 피로로 여길 경우 만성화돼 일상적인 움직임마저 제한받을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통증 부위만 단편적으로 치료하기보다 환자의 체질과 신체 전반의 불균형, 통증 발생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진료 기법을 강조한다. 김남선 대표원장은 “통증은 몸이 보내는 하나의 신호인 만큼 단순히 아픈 부위만 바라보기보다 통증이 나타나게 된 과정과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랜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을 줄이고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치료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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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폭염에 끈적이고 한파에 움츠러든 혈관, 심장과 뇌를 위협한다
심뇌혈관 질환과 감염병 이상 기온에 응급실 방문·입원 증가 체온 조절 과부하로 혈관 부담 커져 만성질환자·고령자는 더욱 주의해야 글 싣는 순서 기후 변화가 현대인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폭염과 한파를 오가는 극단적인 이상 기후는 체온 조절 시스템을 무너뜨리며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기온 상승과 아열대화된 환경은 모기·진드기 등 매개체 감염병의 지형도마저 바꾸고 있다. 기후 변화는 이제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일상을 뒤흔드는 보건 위기로 다가왔다. 기후 변화가 인체에 미치는 질병 부담을 짚어보고,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대처 방안을 다뤄본다. 고혈압을 앓던 60대 남성 최모씨에게 올여름은 악몽과도 같았다. 폭염이 연일 이어지던 날 야외 작업을 하던 최씨는 극심한 피로감과 어지럼증을 느꼈다. 그저 ‘더위를 먹었겠거니’ 싶어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과 식은땀이 몰려왔고 결국 응급실에 실려 갔다. 검사 결과,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탈수로 혈액이 끈적해지면서 관상동맥에 혈전(피떡)이 생겨 혈관을 막은 것이다. 최씨는 긴급 스텐트 삽입술을 받고서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탈수·혈압 변화, 혈전·부정맥 위험 높여 우리 몸은 외부 온도가 급격히 변해도 자율신경계를 통해 체온과 혈압, 맥박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러나 폭염과 한파라는 극단적인 이상 기후에서는 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강민경 교수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혈관 내피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이미 동맥경화가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기온 이상으로 인한 급격한 혈압 변화나 탈수, 교감신경 스트레스에 혈관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체온을 유지하려는 보상 작용 자체가 심장과 혈관에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폭염에 노출되면 인체는 열을 방출하기 위해 피부 표면의 혈관을 확장하고 땀 배출을 늘린다. 이 과정에서 혈압이 떨어지면 이를 보상하기 위해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이때 심한 탈수가 동반될 경우 혈액이 농축되면서 점도가 높아지고 전해질 불균형이 초래된다. 결국 혈관 내 혈전 형성을 촉진하고 부정맥 발생 위험이 커진다. 여름철 폭염이 심해지는 만큼, 이제 국내에서도 겨울철 이상 한파가 낯설지 않다. 급격한 기온 하강 상황에서 신체는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말초혈관을 강하게 수축시킨다. 이로 인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심장의 산소 요구량과 부담이 늘어난다. 또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하면서 혈관 내부의 죽상경화반(혈관 벽 찌꺼기)이 파열되거나 혈전이 생겨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상 기온 현상이 심뇌혈관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은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질병관리청이 국가응급진료정보망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2014~2019년 폭염으로 인한 전국 초과 응급실 방문자 수는 연평균 1176.9명이었다. 초과 응급실 방문자 수는 오직 기온 상승의 영향 때문에 추가로 응급실을 찾은 것으로 추산되는 환자 규모를 뜻한다. 온열 질환(연평균 654.5명) 외에도 심장 질환(278.1명), 급성 신장 질환(244.4명)이 주요 원인이었다. 폭염에 따른 초과 입원 환자 수도 2010~2019년 기준 연평균 1076.9명으로, 이 중 심장 질환(693.8명)이 온열 질환 입원자 수(262.6명)를 2.6배 이상 앞질렀다. 기후 위기가 순환기계 질환자들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후 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한파 역시 치명적이긴 마찬가지다. 10년(2010~2019년)간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중등도 추위(영하 5~12도) 노출에 따른 초과 사망자는 남성 1326.9명, 여성 1085.6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한 추위(0~영하 5도)에서도 남성 1074.6명, 여성 742.3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한 응급 상황을 예방하려면 질환의 위험 신호를 사전에 파악해 두는 게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나 압박감 ^식은땀을 동반한 호흡곤란 ^지속되는 가슴 두근거림과 어지럼증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의 마비 또는 근력 저하 ^어눌해진 발음 ^실신이나 의식 저하가 나타나면 지체 없이 119에 연락해 응급실로 가야 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최영(순환기내과) 교수는 “탈수와 자율신경계 변화가 심해지는 시기에는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반복되는 두근거림이나 실신, 흉통, 호흡곤란이 있다면 신속하게 전문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성질환자는 더욱 각별한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이상 기후 상황에서 환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는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다. 폭염에 땀을 많이 흘린 상태에서 이뇨제나 혈압약을 먹으면 저혈압과 어지럼증이 심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혈압이 낮아졌다”거나 “더워서 기운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약을 안 먹거나 복용량을 줄이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할 경우 혈압의 급격한 반등이나 혈전 형성 위험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강민경 교수는 “평소와 다른 증상이 있거나 혈압이 현저히 떨어졌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약제를 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치의와 미리 상담해 수분·약물 조절 이상 기후가 일상이 된 지금, 건강 피해를 줄이려면 사전 대비는 필수다. 가장 기본이 되는 수칙은 평소 혈압과 맥박을 규칙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특히 심부전 환자라면 매일 같은 시간에 체중도 측정해 체내 수분 변화 추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행동 패턴도 바꿔야 한다. 폭염 땐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대(낮 12시~오후 5시)의 야외 활동을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파 특보가 내려졌을 땐 이른 아침 야외 운동이나 새벽 종교 활동은 낮 시간대로 미루거나 실내 활동으로 대체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엇보다 계절이 바뀌어 폭염이나 한파가 본격화하기 전, 담당 주치의를 미리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의 기저 질환에 맞춘 수분 섭취 가이드라인을 확인하고, 저혈압이나 탈수 증상이 나타났을 때의 약물 조절 방안을 사전에 논의해 둬야 이상 기후 상황에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 모기 활동 시기 빨라지고 집중호우 잦아 … 감염병 위험 커져 달라진 감염병 지형도 아열대 모기 유입돼 매개체 다양화 침수로 식수 오염·질환 발생도 늘어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의 감염병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감염병 매개체의 활동 시기가 앞당겨지는가 하면, 폭우와 고온이 결합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수인성 감염병의 위협도 커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모기의 활동 시작 시점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평균 기온이 1.4도 오르면서 일본뇌염 주의보·경보 발령 시기가 크게 앞당겨졌다. 한 예로 2016년 4월 3일에 발령됐던 일본뇌염 주의보는 올해 3월 20일에 내려지며 2주가량 빨라졌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서도 올해 말라리아 매개 모기는 평년 대비 2주, 뎅기열 등 해외 유입 감염병 매개 모기는 1주일가량 일찍 채집됐다. 봄철 이상 고온으로 4월부터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면서 모기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최적 기온(27도 안팎)이 일찍 형성된 탓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남엘리엘 교수는 “봄 기온이 높아지면 모기 유충이 성충으로 자라는 속도가 빨라져 활동이 일찍 시작된다”며 “기온 상승은 모기 체내 바이러스나 원충 등 병원체의 증식·전파 속도까지 높여 감염병의 파급력을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가을철 기온이 높게 유지되면 모기 활동 종료 시점도 그만큼 늦춰진다. 외래 감염병 매개체의 국내 유입도 현실이 됐다. 과거에는 기온이 낮아 정착하기 힘들었던 열대·아열대성 모기가 한반도 최남단에서 관측되는 추세다. 지난해 제주도에서는 주로 열대지방에 서식하며 뇌염·뇌수막염을 유발하는 웨스트나일열 매개체인 ‘열대집모기’가 발견됐다. 질병관리청은 현재의 기후 변화 속도가 이어질 경우, 2050년 무렵에는 뎅기열 전파력이 강력한 ‘이집트숲모기’ 역시 남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 변화는 강수 양상도 바꿔놨다. 연간 강수일수는 줄어든 반면 전체 강수량은 늘어났다. 특히 시간당 50㎜ 이상 쏟아지는 기습적 집중호우가 빈번해졌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폭우와 침수는 하수, 쓰레기, 동물 배설물 등이 깨끗한 물과 한데 섞이는 환경을 만든다. 오염된 물이 가정의 급수 시설이나 조리 공간으로 들어올 경우 수인성 감염병 위험이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침수로 인한 단전이나 상하수도 마비도 문제다. 식수 확보가 어려워지고 음식이 쉽게 변질되는 데다 고온 현상까지 겹쳐 물의 오염을 가속하기 때문이다. 남엘리엘 교수는 “침수된 물은 단순한 위장관 감염에 그치지 않는다”며 “피부 상처가 오염된 물에 노출되면 연조직 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렙토스피라증 같은 발열성 질환의 발생 위험도 함께 커진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감염병 피해를 줄이려면 개인 차원의 예방 수칙 준수가 기본이다. 야외 활동 시에는 밝은색 긴 옷을 입고 모기 기피제 사용이 권장된다. 집 주변의 화분 받침이나 빗물받이, 배수로에 고인 물은 주기적으로 제거해 모기 번식지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여행 후 발열, 근육통, 관절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에게 방문 국가와 일정을 알려야 한다. 침수 피해 지역에서는 식수와 조리용 물로 생수나 끓인 물을 써야 한다. 침수됐거나 정전으로 냉장 상태가 4시간 이상 중단된 식품은 주저 없이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해 복구 작업을 할 때는 오염된 물이 상처 부위에 닿지 않도록 방수 장갑과 장화를 반드시 착용하고, 작업 전후에는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는 위생 관리가 필수적이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김가영 기자 kim.gayeo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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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씻고 수건으로 ‘벅벅’…피부과 전문의가 경고한 최악 습관 [Health&]
접촉피부염·건선·무좀 등 원인 달라 물로 자주 씻기보다 알코올 소독제를 손 피부 질환은 갈라짐·각질·물집 등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챗GPT 생성 이미지] 손바닥이 붉어지고 각질이 일어나거나 손가락 끝이 갈라지면 흔히 ‘손습진’으로 여긴다. 약국에서 연고를 사 바르거나 보습제를 쓰며 버티기도 한다. 하지만 손에 생기는 발진은 겉모습만으로 구별하기 어렵다. 접촉피부염과 아토피 피부염, 한포진, 건선, 백선(무좀), 손발바닥농포증은 모두 붉어짐·각질·갈라짐·물집 등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원인과 치료법은 다르다. 대한피부과학회가 이달 공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는 최근 3년 내 가려움·갈라짐·수포·진물·각질 등 손 피부 질환을 경험했다. 경험자 가운데 67%는 삶의 질이 떨어졌고 65%는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지장을 받은 영역은 가사 활동(88%), 직장 업무(74%), 대인관계(69%) 순이었다. 그런데도 증상이 생겼을 때 처음부터 피부과 전문의원을 찾은 사람은 18%에 그쳤다. 약국을 먼저 이용한 경우가 26%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 검색(21%),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경우(15%) 순이었다. 전문의를 바로 찾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손은 온종일 사용하고 남에게 그대로 드러나는 부위다. 증상이 심해지면 가려움과 통증을 넘어 업무와 가사·수면, 대인관계와 정신 건강까지 영향을 받는다. 손을 쉬어야 회복할 수 있지만, 생업과 일상을 이어가려면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어 피부 질환이 만성화하기도 쉽다. 손 피부 질환을 진단할 때는 증상이 생긴 시기와 경과뿐 아니라 직업과 집안일, 장갑 사용 여부, 손 씻는 횟수 등을 함께 살핀다. 물·세제·소독제·마찰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피부 장벽이 무너지면 자극 접촉피부염이 생긴다. 금속·고무·향료·보존제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만성 손습진 환자의 절반 이상은 자극 접촉피부염과 알레르기 접촉피부염, 아토피 손습진 등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이 겹쳐 나타난다.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는 “보습과 자극 회피를 실천해도 낫지 않거나 피부가 갈라져 피가 날 때, 물집과 통증으로 일상에 지장이 생길 때는 증상만 보고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단이 어긋나면 치료는 늦어진다. 무좀이나 바이러스 감염을 습진으로 여기고 스테로이드 연고만 바르면 감염이 악화한다. 반대로 습진에 항진균제만 반복해서 사용하면 염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 식초·소금물·뜨거운 물에 손을 담그는 민간요법도 이미 손상된 피부 장벽을 더 자극한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이동훈 교수는 “증상이 좋아졌다고 치료를 중단하거나 반응이 없는 연고를 계속 바르며 버티는 것이 흔한 실수”라며 “원인과 악화 요인을 찾고 장기적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치료 목표는 쉴 수 없는 손의 특성을 고려해 재발을 줄이고 환자가 일과 일상을 이어가도록 손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손 피부 장벽의 손상을 줄이는 습관을 실천하면 도움된다. 손을 미지근한 물로 씻은 뒤 수건으로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두드려 말린다. 이어 2~3분 안에 보습제를 바르면 피부에 남아 있는 수분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손이 눈에 띄게 더럽지 않을 때는 물로 반복해서 씻는 것보다 알코올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편이 오히려 자극이 덜하다”고 조언했다. 하루 2시간 이상 손이 젖어 있거나 하루 20회 이상 손을 씻는 ‘습식 작업’은 손습진 위험을 높인다. 물일을 할 때는 면장갑 위에 방수 장갑을 끼고, 안에 땀이 차면 바로 벗거나 교체해야 한다. 습기와 열이 갇혀 증상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반지 밑에도 물과 세제가 남기 쉬우므로 물일 전에는 빼는 편이 낫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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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호르몬 늘리는 남편의 ‘술배’…정자 씨 말리는 주범이었다 [Health&]
인터뷰 박찬우 대표원장 서울아이앤여성의원 비만, 배란 장애·임신 유지 등에 영향 남성도 정자 수·운동성 저하 주의 난자 채취 전 비만약 사용 알려야 서울아이앤여성의원 박찬우 대표원장은 “체중 감량이 중요하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IVF를 미루고 몇 달씩 살부터 빼야 하는 건 아니다”며 “환자의 나이와 난소 상태에 따라 난임 치료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서울아이앤여성의원] ‘살 빼면 임신 가능성도 커질까?’ 비만과 난임을 함께 겪는 여성이 흔히 갖는 궁금증이다. 실제 비만은 배란 장애를 비롯해 난자의 질과 착상, 임신 유지에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체중 감량을 위해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를 맞으며 임신을 준비한다고 해도 휴약 기간 등 따져봐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난임 전문의인 서울아이앤여성의원 박찬우 원장에게 비만과 난임의 관계, 비만 치료제 사용 시 주의점 등을 들어봤다. 비만이 생식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지방은 단순히 몸에 쌓여 있는 조직이 아니라 여러 호르몬과 염증 물질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이다. 체지방이 지나치게 늘면 생식호르몬의 균형이 흔들리고 배란이 불규칙해질 수밖에 없다. 난자의 질이나 자궁내막의 착상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시험관아기 시술(IVF)에서도 비만 여성은 배란 유도제 사용을 늘려도 난소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어렵게 임신에 성공하더라도 유산과 임신성 당뇨병, 임신중독증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다낭성난소증후군과도 관계가 있나. “그렇다. 비만은 다낭성난소증후군(배란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리 불순과 난임 등을 유발하는 호르몬 이상 질환)에서 흔히 나타나는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한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세포가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아 우리 몸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면 난소의 남성호르몬 생성이 증가하고, 난포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해 배란 장애와 생리 불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체중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비만이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악화하고, 다낭성난소증후군이 다시 비만을 심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만들어지게 된다.” 남성 비만도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나. “물론이다. 복부 비만이 심해지면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고 지방 조직에서 남성호르몬이 여성호르몬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또 고환 주변의 온도가 상승하고 만성 염증과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정자 수와 운동성, DNA 손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난임 치료에서 체중 관리는 여성에게만 요구할 문제가 아니다.” 임신을 방해하는 비만의 기준이 있다면. “보통 비만인지 판단할 때 체질량지수(BMI)를 활용하지만, 난임 진료에서는 그렇지 않다. BMI 외에 허리둘레, 체성분, 혈당 등 여러 요소를 함께 살핀다. 같은 BMI라도 복부 비만이나 대사 이상 여부에 따라 생식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서다. 다만 BMI가 높으면서 복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까지 동반됐다면 적극적인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 난임 치료 전 살부터 빼는 게 좋은가. “모든 비만 난임 환자에게 ‘살부터 빼고 오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 여성의 난소 기능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수와 질이 떨어진다. 즉 체중 감량에 시간을 투자해도 되는 환자가 있는 반면, 난소 기능이 떨어져 체중 관리와 난자 확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는 얘기다.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둘지는 환자의 나이와 난소 기능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비만 치료제도 도움이 되나. “최근 들어 시험관아기 시술 전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로 살을 빼려는 이들이 늘어났다.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다 임신에 성공했다는 해외 사례도 잇따른다. 그렇다고 해서 비만 치료제가 임신을 잘되게 하는 약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체중 감량으로 대사 이상이 개선되면서 배란과 임신에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지는 간접적인 효과로 이해해야 한다. 무엇보다 임신 중 사용에 대한 안전성도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신을 계획한다면 적절한 시점에 비만 치료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약을 끊어야 하는 시점은 언제인가.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티드는 체내에 머무는 기간이 긴 만큼 계획 임신 최소 2개월 전에는 중단하는 게 권고된다. 마운자로의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 역시 임신을 준비한다면 제품의 허가 사항과 담당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휴약 기간을 가져야 한다. 약을 맞다가 임의로 임신을 시도하거나 난임병원과 비만 치료 병원이 서로의 처방을 모른 채 진료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난자 채취만 하고 배아 이식은 나중에 한다면. “난자 채취에는 일반적으로 진정이나 마취 과정이 동반된다.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약은 위가 비워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데, 이 상태에서 마취를 하면 위에 남아 있던 내용물이 역류하거나 흡인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난자 채취를 앞두고 있다면 비만 치료제를 사용 중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난임 치료, 마취 담당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약의 중단 여부와 금식 방법은 비만 치료제의 종류와 용량, 위장관 증상, 마취 방식 등에 따라 의료진이 판단하게 된다.” 또 다른 유의점은.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면서 식사량을 지나치게 줄이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단백질과 엽산, 철분, 비타민 등 임신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체중계 숫자가 빨리 내려가는 일보다 적절한 영양 상태를 유지하면서 대사 건강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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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빵·면 당긴다면...가을철 ‘계절성 우울증’ 신호
[마음리뷰] 계절성 정서장애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고 상처가 나면 연고를 바르듯, 마음이 아플 때도 치료가 필요합니다. '마음리뷰'는 흔들리는 감정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마음의 주인으로 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지고 2년 이상 같은 계절에 우울감이 나타난다면 '계절성 정서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챗GPT 생성 이미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 괜스레 마음이 울적하고 감성적으로 변한다는 사람이 많다. 흔히 ‘가을을 탄다’고 표현하는 상태다. 대개 계절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변화지만, 우울감이 매년 비슷한 시기에 반복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계절성 정서장애(계절성 우울증)’의 신호일 수 있다. 해마다 찾아오는 우울감...일조량 감소가 원인 계절성 정서장애는 특정 계절에만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가을부터 겨울까지 증상이 나타났다가 봄이 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원인은 일조량의 감소다. 가을로 접어들어 일조량이 줄어들면 기분과 수면, 신체 활력의 균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변화가 생긴다. 특히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감소하면서 우울감이 찾아올 수 있다. 동시에 멜라토닌의 균형도 깨지면서 낮에 무기력해지고 기분이 가라앉는 증상이 나타난다. 멜라토닌은 계절에 따른 일조 시간을 감지해 수면과 같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계절성 정서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은 우울감, 피로,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등이다. 특히 평소보다 쉽게 피로를 느끼고 잠이 부쩍 늘었다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장바구니도 한번 살펴보자. 최근 과자나 빵, 면처럼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유독 자주 찾는다면 이 역시 신호일 수 있다. 계절성 정서장애는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이 커지면서 식욕이 늘고 체중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증상이 특정 계절마다 반복되는지다. 우울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2년 이상 특정 계절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계절성 정서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해당할 경우 전문가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침 햇볕 쬐고 규칙적인 생활 유지해야 가벼운 정도의 계절성 정서장애는 규칙적인 생활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아침에 햇볕을 규칙적으로 쬐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 햇볕을 쬐면 생체시계가 활성화되고, 밤에는 멜라토닌이 충분히 분비돼 숙면할 수 있다. 따라서 아침에 야외로 나가 햇볕을 쬐고, 실내에 머물 때도 낮 동안 자연광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다. 반대로 밤에는 강한 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밝은 화면을 오래 보면 생체리듬이 흐트러지고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우울감을 줄이고 기분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오전에 햇볕을 쬐며 가볍게 산책하면 신체활동과 햇빛 노출을 동시에 챙길 수 있어 기분과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다. 균형잡힌 영양 섭취도 중요하다. 특히 세로토닌 생성에 필요한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트립토판은 소고기·닭고기·연어·우유·달걀·치즈·바나나 등에 풍부하다. 이와 함께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비타민 B6도 챙기면 좋다. 돼지고기·닭고기·연어·시금치·바나나·견과류 등이 대표적인 급원 식품이다. 생활습관을 조절해도 우울감이 계속되거나 학업·직장생활 등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과 상태에 따라 일정한 밝기의 빛에 노출시키는 광선치료를 비롯해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헬스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김가영 기자 kim.gayeo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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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잘 마시는 법 따로 있다…건강한 수분 섭취 3원칙
물도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이 깨져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물을 많이 마실수록 건강에 좋다고 생각해 갈증이 없는데도 물병을 비우는 사람이 있다. 하루 목표량을 채우려고 부족한 물을 한꺼번에 들이켜기도 한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물을 마시면 혈액이 묽어져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는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다. 물도 양과 속도, 건강 상태에 맞춰 마셔야 한다. 저나트륨혈증은 혈중 나트륨 농도가 135mmol/L 미만으로 낮아진 상태다. 나트륨은 체내 수분 균형과 혈액의 삼투압을 조절한다. 농도가 낮아지면 물이 세포 안으로 이동해 세포가 붓는다. 특히 뇌세포가 부으면 두통·메스꺼움·구토·피로감이 나타나고, 심하면 혼란이나 의식 저하, 경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류세영 교수는 “증상은 나트륨 농도가 얼마나 낮은지뿐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떨어졌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며 “갑자기 심한 두통이나 구토가 생기고 의식이 흐려지거나 경련이 나타난다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을 건강하게 마시는 첫째 원칙은 한꺼번에 몰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정해진 목표량을 무리하게 채우기보다 갈증과 활동량에 맞춰 조금씩 나눠 마신다. 류 교수는 “저나트륨혈증을 예방한다고 물을 일부러 적게 마실 필요는 없다”며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생각으로 단시간에 과도한 양을 섭취하는 습관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둘째는 땀을 많이 흘렸다면 수분과 전해질을 함께 보충하는 것이다. 장시간 운동이나 야외활동, 반복적인 구토·설사로 수분과 나트륨이 함께 빠져나간 상태에서 물만 계속 마시면 전해질 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다. 식사나 전해질 음료 등을 활용하되, 일상적인 활동까지 습관적으로 스포츠음료를 마실 필요는 없다. 셋째는 질환과 복용약에 따라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저나트륨혈증은 물 과다 섭취 외에도 신장질환·심부전·간경변·갑상선 기능 저하증, 이뇨제와 야간뇨 치료제, 일부 항우울제·항경련제 등에 의해 생길 수 있다. 류 교수는 “혈중 나트륨이 낮다고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물을 제한하거나 소금을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며 “체액 상태와 복용 약물, 동반 질환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 역시 원인에 따라 다르다. 체액이 부족하면 생리식염수를 투여하고, 체액이 과도하면 수분 섭취를 제한하거나 이뇨제를 사용한다. 의식 저하나 경련이 있으면 3% 고장성 식염수로 교정한다. 다만 나트륨 농도를 지나치게 빨리 올리면 심각한 신경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류 교수는 “중증 저나트륨혈증은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교정 속도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한다”며 “의료진의 관찰 아래 반복적으로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헬스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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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어 놓치지 쉬운 당뇨병, ‘합병증 관리’가 핵심
당뇨병 합병증 막으려면 당뇨병은 증상이 없더라도 혈관과 여러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Gettyimagesbank] 당뇨병은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거나 혈당이 크게 오른 뒤에야 이상을 알아채기도 한다.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기 쉽지만, 높은 혈당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각종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혈관과 신경이 손상돼 심혈관질환과 신장질환, 망막병증, 신경병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의 농도가 높아지는 질환이다. 크게 췌장의 인슐린 분비 세포가 파괴돼 발생하는 제1형과, 인슐린 저항성이 주된 원인인 제2형으로 나뉜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2형은 유전적 소인에 더해 비만, 운동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당뇨병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합병증이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혈관과 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눈의 망막 혈관이 손상되는 당뇨병성 망막병증 ▶신장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당뇨병성 신증 ▶손발 저림과 감각 저하를 유발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 미세혈관 합병증이 대표적이다. 또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대혈관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혈당·혈압·콜레스테롤·체중 함께 관리해야 당뇨병 관리에서 식사와 운동은 약물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정 음식을 완전히 끊는 방식보다는 전체적인 식사량과 영양 균형을 살피는 것이 기본이다. 탄수화물 섭취량과 식사 시간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채소와 단백질 등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습관이 이롭다. 운동은 자신의 건강 상태와 체력에 맞춰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다.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혈당 조절과 체중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당뇨병의 유형이나 합병증 여부, 복용 중인 약물 등에 따라 운동 방법이 달라질 수 있어 개인 상태에 맞는 운동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인 만큼 정기적인 진료와 검사도 빼놓을 수 없다. 혈당 조절 상태뿐 아니라 신장 기능과 소변의 단백질 배출 여부, 망막 상태, 신경과 발의 이상 여부 등을 주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합병증은 조기에 발견해 관리할수록 진행을 늦추고 장기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상준 교수는 “당뇨병은 증상이 없더라도 혈관과 여러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혈당 수치 하나에만 집중하기보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체중을 함께 관리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합병증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헬스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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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물류지원단-한국건강가정진흥원, 다문화가족 인식 개선 위해 MOU
오호 우체국물류지원단 이사장(왼쪽)과 박구연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이 다양한 가족 인식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우체국물류지원단] 우체국물류지원단은 9월 9일 한국건강가정진흥원과 ‘다문화가족 청소년과 다양한 가족의 수용성 제고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양 기관은 협약을 바탕으로 다문화가족 청소년의 성장과 꿈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한다. 우체국물류지원단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가족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인식개선 교육도 진행한다. 우체국물류지원단과 한국건강가정진흥원 관계자들이 다문화가족 청소년을 위한 ‘꿈 응원키트’ 전달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우체국물류지원단] 또한 전국 가족센터와 우체국물류지원단 각 지사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별 다양한 가족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협약 체결에 이어 첫 공동사업도 진행됐다. 양 기관은 9월 9일 서울 서대문구 가족센터를 방문해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에게 ‘꿈 응원키트’를 전달했다. 꿈 응원키트는 다문화 배경의 농구선수 에디 다니엘(SK나이츠)의 친필 사인이 담긴 농구공을 비롯한 물품으로 구성됐다.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우체국물류지원단과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양 기관이 보유한 인프라를 연계해 다양한 가족에 대한 존중 문화를 확산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오기호 우체국물류지원단 이사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구체화하고 미래를 향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다양한 가족을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효민 기자 jo.hyo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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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스마트폰 글씨가 갑자기 커졌다면? 눈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어
스마트폰 화면 속 직선이 휘거나 중심부가 흐려 보인다면 황반변성 등 안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부모님이 스마트폰을 예전보다 얼굴 가까이 가져가거나 글씨 크기를 자꾸 키운다면 유심히 살피자. 화면의 글자가 일부 사라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 보이는 증상까지 나타난다면 황반변성이나 백내장 같은 안질환을 확인해야 한다. 평소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이 부모님의 눈 건강을 알려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경희대병원 안과 김기영 교수는 “스마트폰 화면에는 작은 글씨와 숫자, 직선이 함께 표시되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시각적 변화를 알아차리기 쉽다”며 “가까운 곳이 잘 보이지 않는 노안뿐 아니라 시야가 휘거나 화면 중심부가 흐려진다면 주요 안질환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한 뒤 눈이 뻑뻑하거나 잠시 흐릿하게 보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화면을 보는 동안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어 눈물막이 쉽게 마르기 때문이다. 이런 증상은 스마트폰 사용을 멈추고 눈을 쉬게 하면 대개 나아진다. 문제는 충분히 쉬어도 흐림이나 왜곡이 사라지지 않거나 반복될 때다. 화면 속 글자가 군데군데 빠져 보이거나 직선이 구부러지고, 화면 중심부가 얼룩진 것처럼 보인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할 수 있다. 황반은 망막 한가운데에서 글을 읽거나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는 데 필요한 중심 시력을 담당한다. 이곳에 이상이 생기면 주변은 보이는데 정작 바라보는 부분이 흐려지거나 일그러질 수 있다. 김 교수는 “황반변성은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이라며 “스마트폰 글자의 일부가 빠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고 화면 중심이 일그러져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화면 전체에 뿌연 안개가 낀 것 같고 밝은 화면에서 유난히 눈이 부시다면 백내장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백내장은 눈 속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색이 바래 보이거나 밤에 시야가 떨어지고, 자동차 전조등이나 조명이 번져 보이기도 한다. 눈의 이상은 반드시 한쪽 눈씩 확인해야 한다. 한쪽 눈의 시력이 떨어져도 반대쪽 눈이 이를 보완해 양쪽 눈으로 볼 때는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스마트폰 화면을 보게 한 뒤 손바닥으로 한쪽 눈을 번갈아 가려보도록 한다. 양쪽 눈에서 글자의 선명도나 모양이 다르거나 한쪽에서만 검은 점·빈 곳·휘어진 선이 보인다면 검사가 필요하다. 글씨를 갑자기 크게 키우거나 화면을 지나치게 가까이 가져가는 행동, 한쪽 눈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기울여 보는 습관은 시각적 불편을 보완하려는 행동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면 불편한 증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안과에서 안저검사와 광간섭단층촬영(OCT) 등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화면을 장시간 연속해서 보지 말고 중간중간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쉬게 해야 한다.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빡이고, 글씨가 잘 보이지 않을 때 화면을 가까이 가져가기보다 글자 크기와 주변 조명을 조절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휴식 후에도 한쪽 눈의 시야가 갑자기 흐려지거나 중심부가 가려지고, 직선이 휘어 보인다면 스마트폰 탓으로 돌리지 말고 서둘러 안과를 찾아야 한다. 저작권자 © 헬스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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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넘던 한약사, 18㎏ 뺀 비결…“아침 식사부터 달라져야”
『첫 끼의 기적』 펴낸 예방원 한약국 조승우 대표의 식단 변화 제안 과일 비율은 줄이고 채소 비중을 늘려 만든 건강 주스. 예방원 한약국 조승우 대표는 “바쁜 아침 원물을 챙겨 먹기 어렵다면 저당 착즙 주스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한다. 한국인 3명 중 1명이 아침을 거르는 시대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인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35% 수준으로, 2015년 이후 장기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침을 거르거나 빵, 시리얼, 커피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식습관이 반복되면 필요한 하루 영양소를 균형 있게 챙기기 어려워진다. 여러 연구에서도 아침 결식은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아침을 먹느냐, 마느냐보다 밤사이 공복을 보낸 뒤 처음 먹는 ‘첫 끼의 내용’이 건강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20대 은행원 시절 야근과 야식, 커피를 달고 살다 체중이 80㎏을 넘었던 예방원 한약국 조승우(한약사) 대표도 식습관과 ‘첫 끼’를 바꾸면서 약 18㎏을 감량했다. 당시 그는 두통과 허리 통증은 물론, 불안정성 협심증과 만성피로증후군 진단까지 받았다. 건강에 경고등이 켜지자 생활습관을 교정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야식을 자제하며, 채소·과일 중심으로 식단을 바꿨다. 최근 『첫 끼의 기적』을 펴낸 조 한약사는 “내 몸을 바꾼 것은 기적의 음식 하나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선택의 방향이었다”며 “첫 끼를 우연에 맡기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형태의 ‘공복 뒤 첫 끼’가 중요 조 한약사가 말하는 ‘첫 끼’는 반드시 오전 7~8시에 먹는 전통적인 아침 식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밤사이 공복을 보낸 후 처음 몸속으로 들어가는 음식 전반을 뜻한다. 간헐적 단식이 하나의 관리법이 될 수는 있지만, 밤늦게 야식을 먹고 다음 날 아침을 거르는 행동은 건강한 공복으로 보기 어렵다. 억지로 참다가 폭식으로 이어지는 식습관 역시 피해야 한다. 그가 첫 끼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속 가능성’이다. 점심과 저녁은 사회생활과 외식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아침은 스스로 먹을 음식을 준비하기 상대적으로 가장 쉬운 시간대다. 하루 식단 전체를 완벽하게 바꾸려 하기보다 매일 반복하는 첫 번째 선택부터 바꾸자는 취지다. 특히 첫 끼로 채소와 과일을 권장하는 것은 하루 전체의 영양 섭취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채소와 과일에는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외에도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등 다양한 파이토케미컬(식물성 영양소)이 풍부하다. 이를 아침부터 충분히 챙겨 먹어야 하루 권장 섭취량(500g 이상)을 자연스럽게 채울 수 있다. 채소와 과일은 통째로 씹어 먹어 식이섬유를 온전히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바쁜 현대인이 매일 원물 그대로 챙겨 먹기는 쉽지 않다. 조 한약사는 “현실적으로 충분한 양을 먹기 어렵다면 착즙 주스가 채소와 과일을 간편하고 지속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소·과일로 구성한 저당 착즙 주스 권장 착즙 주스는 비타민, 미네랄,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등 주요 영양 성분이 그대로 보존된다. 다만 착즙 방식에 따라 영양소 보존율에 차이가 있다. 2017년 국제학술지 ‘한국식품과학회지(Food Science and Biotechn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포도를 저속착즙, 고속착즙, 블렌더 방식으로 제조해 비교한 결과 저속착즙 주스에서 총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 비타민C 등 일부 항산화 성분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저온·저속으로 천천히 눌러 짜는 방식이 열 발생과 공기 유입을 줄여 영양소 손실을 낮추는 데 유리할 수 있어서다. 주스 복용 시 우려되는 당 문제 역시 재료 구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시판 주스와 달리 집에서 직접 착즙하면 과일 비율은 맛을 보완하는 정도로 낮추고 케일, 셀러리, 양배추, 당근 등 채소 비중을 높여 건강한 저당 주스를 만들 수 있다. 조 한약사가 제안하는 CCA(당근·양배추·사과) 주스나 KCA(케일·셀러리·사과) 주스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달걀이나 견과류 등 단백질과 지방을 곁들이면 영양 불균형 없는 아침 한 끼가 완성된다. 조 한약사는 “건강은 대단한 결심보다 반복되는 작은 선택을 통해 달라질 수 있다”며 “채소와 과일로 시작하는 아침 첫 끼부터 바꿔 반복 가능한 일주일을 만들어보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헬스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