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무장지대(DMZ)에 매설된 북한 지뢰 폭발 사건과 관련해 유럽 출장을 단축, 귀국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과 관련해 “일각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야 한다는 그런 주장을 하는데,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하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지뢰 폭발 사건과 관련한 대북 대응에 대해 공개적으로 선을 그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북을 적대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증오와 적대를 상호존중과 평화공존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치가,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면서 “통일부 장관으로서 북에 제의한다. 이제 만나서 소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장관은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에 대해 “결국은 휴전선, 분계선 (불일치) 문제”라면서 “남과 북, 그리고 유엔군사령부가 측정하는 선이 다 다르다. 이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또 같은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군사분계선(MDL)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측정하는 일을, 소통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강 대 강으로 대치해서는 풀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거듭 대화를 촉구했다.
MDL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 당시 경기 파주시 임진강변(서해안)부터 강원 고성군 동해안까지 설정한 선이다. 남북은 이를 따라 총 1292개의 MDL 표지판(말뚝)을 설치했다. 70년 이상 세월이 흐르며 일부 구간에서 해당 말뚝이 유실되면서 MDL을 기준으로 하는 남·북 구분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정 장관은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북한군 지뢰에 의한 사고라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우리 장병이 중상을 입은 해당 사건을 ‘불행한 일’, ‘지뢰 사고’라고 규정하면서 우발적인 사고라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또 “이번 사고를 빌미로 이재명 정부의 일관된 평화를 향한 노력을 깎아내리고 왜곡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통일부가 추구해 온 평화공존 정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평화공존이 더 절실하다”며 “금강산 관광객이 오가고 개성공단으로 매일 아침 출퇴근하던 시대에는 지뢰 폭발 사고 같은 것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걸 만들어 낸 것이 김대중 정부고 노무현 정부”라며 “이재명 정부가 갈 길이 바로 그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군 지뢰 폭발 사건 대응 방안과 관련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할 수 있는 것을 다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외교부 대응을 참조할 수 있다면서도 “그대로 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2015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앞으로 주유엔 대사 명의의 서한을 보내 유감을 표명하고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했는데, 이번 사건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면 유사한 대응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